연이은 전기차 화재에 배터리 트렌드가 성능 우선 니켈·코발트·망간(NCM)에서 화재안전 우선 리튬·인산·철(LFP)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 업계도 그간 미뤄왔던 LFP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너무 늦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업계는 신규소재를 섞어 고품질 배터리를 만드는 방식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발생한 3건의 전기차 화재 사고차량엔 모두 NCM배터리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NCM배터리는 LFP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으로 그간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보여 왔다.
특히 높은 가격, 긴 주행거리 등을 통해 'NCM배터리 전기차가 더 고급차'라는 인식을 만들기도 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도 NCM 배터리 개발에만 집중해왔다. 값싼 LFP배터리 대비 수익성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베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배터리는 낮은 단가로 인해 돈이 되지 않는다"며 “NCM배터리의 개당 마진과 LFP배터리의 마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외면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3건의 NCM배터리 전기차 화재로 LFP배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LFP배터리는 NCM 대비 성능은 떨어지지만 '화재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LFP배터리는 화학 구조적으로 NCM 보다 안정적이다. 일반적인 배터리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외부 충격이나 과열에도 쉽게 열폭주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물질과의 반응성이 낮아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LFP배터리가 탑재된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는 추돌 사고시 승용차 앞부분에서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옮겨 붙어 차량이 전소됐음에도 열폭주,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LFP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텃밭이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LFP배터리의 약 95%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국내 업계는 신규소재 첨가, 적극적인 고객사 확보 등읕 통해 추격에 나설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프랑스 르노그룹에 전기차용 LFP 배터리 첫 대규모 수주를 성공했다.
공급기간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5년이며 전체 공급 규모는 약 39GWh다. 이는 순수 전기차 약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차량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이번 LG에너지솔루션의 르노향 LFP 배터리는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ell To Pack) 공정 솔루션을 적용해 제품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검증된 열 전이 방지기술을 적용해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배터리 제품을 구현했다.
삼성 SDI는 2026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삼성 SDI는 신규 소재를 추가해 배터리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LFP배터리의 경우 낮은 에너지 밀도로 주행거리가 짧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에 망간 등 신규 소재를 LFP 배터리에 추가하는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도 이르면 2026년 전기차용 LFP배터리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치열한 격전지인 유럽 공략을 필두로 글로벌 LFP 배터리 수주를 본격화하고, 검증된 현지 공급능력, 독보적인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고 수준의 고객가치를 지속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