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4일(토)



[EE칼럼] 마곡 열병합발전소 건설 딜레마, 열 요금이 핵심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28 10:58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서울시민들이 잘 모르는 서울시의 딜레마가 있다. 바로 강서구 마곡지역에 위치한 주택 7만 세대 열 공급을 위한 열병합발전소와 열전용보일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09년 정부가 이 지역을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하였고 2년 뒤 서울시에서 마곡지역에 대한 집단에너지사업을 허가받았다. 그 후 서울에너지공사가 2016년 설립되면서 서울에너지공사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사업은 초기 계획과 달리 더디게 진행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6차례나 유찰되었고, 어렵게 수의계약에 의해 업체를 선정하였지만 물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문제로 해당 업체가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사업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사업비 인상이다. 서울에너지공사가 사업에 착수할 당시 사업비 규모는 3,528억 원이었지만 사업이 연기되고 여러 번의 유찰과정을 거치면서 2022년 사업비는 총 5,291억 원으로 증가했다. 사업비가 급증하면서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서울시는 서울연구원을 통해 사업추진의 타당성 및 경제성, 사업비 규모, 대안 등에 대해 재검토를 했다. 검토결과, 마곡지역의 안정적인 열 공급을 위해서는 집단에너지시설은 필수적이지만 기존의 사업방식은 수익성이 부족하고 사업 주체인 서울에너지공사의 재무조달 리스크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해결방안을 놓고 이해당사자인 서울시와 서울에너지공사(노조) 간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집단에너지 공급시설 건설에 대한 직접적인 출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대안으로 외부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즉 서울시와 서울에너지공사가 직접 투자하는 대신 열병합발전소의 규모를 당초 285MW 규모에서 500MW로 확대하여 발전사들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서울에너지공사는 발전소의 전기 생산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열을 마곡지역 소비자에게 공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에너지공사(노조)는 이러한 서울시 정책이 열에너지 공급 관련 오랜 기간 쌓여 온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키며, 정부의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시점에서 대체 허가권이 절실한 발전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리하면, 서울시는 막대한 출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서울에너지공사에 대한 불신이 큰 반면, 적자에 허덕이는 서울에너지공사는 마곡 열병합발전소 건설・운영을 통해 적자 해소는 물론 노후시설 교체를 위한 재원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누가 사업을 시행하며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미곡지역 주민들에게 열을 공급하는데 있어서 열전용보일러 외에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왜 추가로 건설하려고 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열은 더운물 정도지만, 추운 겨울철이 되면 난방을 위한 열에너지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열을 공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계절별 열 수요의 변동이 커서 적정 시설 규모를 결정하기가 어렵고, 열 요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열만 공급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너지공사를 비롯하여 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자체 열 생산 외에 소각장 등 외부 시설들로부터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에는 한계가 있어서 결국 열 판매 외에 전기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연구원에서 수행한 마곡사업에 대한 재평가보고서에는 30년 동안 열병합발전소 시설을 가동하게 되면 열을 판매하여 얻게 되는 수익은 약 2조 7000억 원정도인 반면, 전기를 판매함으로써 예상되는 수익은 열 판매 수익의 2배가 넘는 약 6조 4000억 원으로 추정하였다. 이렇다 보니 적자 상황을 개선하고 노후 시설을 교체해야 하는 서울에너지공사 입장에서는 알짜 사업인 열병합발전소를 외부 기업에 양보하고 돈 안되는 열만 받아서 공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고, 그 부담은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누가 공급하던 열을 안정적으로만 공급받으면 되고, 열 요금이 비싸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과연 소비자와 연관성이 없는 것일까?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그로 인한 결과가 뒤따른다.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은 정부의 통제를 받으면서 수출 경쟁력과 물가 안정을 위해 저렴한 수준을 인위적으로 유지해 왔다. 이러한 가격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 수조원의 미수금이 쌓여 있는 한국가스공사를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동일한 일이 서울에너지공사를 비롯하여 열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과거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회복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회복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올바른 회복 과정은 현재의 첨예한 문제를 비롯하여 오래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마곡 열병합발전소 건설 딜레마는 소비자의 선택과 비용 부담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단기적 측면 보다는 중장기적 측면에서의 전략적 판단과 함께 근본적인 열 요금 구조의 개선이 중요하다. 모쪼록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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