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대 개혁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소득대체율은 42%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 보장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4일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심의·확정하고 이같은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개혁안을 단일안으로 내놓은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이제 국민연금 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이번 개혁안의 추진 방향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제도 개편 △청년과 미래세대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에 대한 신뢰도 상향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 다층 연금제도를 통해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 등 3가지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제도 개편을 위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p 인상하기로 했다.
보험료율은 지난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으나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및 공론화 논의 내용, 국민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 13%까지 인상하되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명목소득대체율은 42%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연금제도의 소득보장 수준을 보여준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진 이후 매년 0.5%p씩 인하돼 오는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으나 재정안정과 함께 소득보장도 중요하다는 공론화 논의 내용 등을 고려해 올해 소득대체율인 42% 수준에서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져 내년 시행되면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되며 명목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향 조정을 멈추게 된다.
또 하나의 '모수(母數)'로 기금수익률도 1%p 이상 제고하기로 했다. 기금수익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1988년 제도 도입 후 2023년 말까지 5.92%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금 규모도 1036조원에 달한다. 작년 5차 재정추계 당시 도출된 장기 수익률은 4.5%였으나 이를 5.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 중으로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장치인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재정 상황 등에 따른 3가지 도입 시나리오를 제시했으며 도입 시점에 따라 기금소진 연장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소득보장 수준에 미칠 변화 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와 세밀한 검토를 거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할 때 오는 2025년에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 0.5%p, 30대 0.33%p, 20대는 0.25%p씩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 부담은 커지게 되는데 1999년과 2008년의 2차례 개혁으로 명목소득대체율도 인하되고 있어 청년세대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은 크고 혜택은 적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다봤다.
복지부는 이러한 형평성 문제 해소를 위해 잔여 납입 기간을 기준으로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각 세대별 대표 연령을 20세, 30세, 40세, 50세로 정하고 잔여 납입기간이 10년인 50세는 연 1%p, 납입기간이 20년인 40세는 연 0.5%p, 30대와 20대는 각각 연 0.33%p, 0.25%p씩 인상해 형평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개혁을 전제로 지급보장 규정을 명확히 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미래에 연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제도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해 지급보장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청년들의 소득 공백을 보상하기 위해 크레딧 지원을 강화한다.
현행 제도는 출산 또는 군 복무 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해당 기간 중 일부를 연금액 산정 시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출산 크레딧은 기존 둘째아에서 첫째아부터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고, 군 복무 크레딧의 경우 기존 6개월인 인정 기간을 군 복무기간 등을 고려해 확대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지원 대상과 기간을 확대해 부담도 완화하고 향후 세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재 60세 미만인 의무가입상한 연령 조정도 추진한다. 다만, 의무가입 연령 조정은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 개선 등과 병행해 장기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월 30만원인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인 40만원으로 인상을 추진한다.
202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40만원으로 인상하고 2027년 전체 지원 대상 노인(소득 하위 70%)에게 4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거주 요건(19세 이상 5년), 해외소득·재산 신고의무 신설 등을 통해 기초연금 제도의 내실화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현행 제도도 단계적으로 개선한다.
사업장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가입률이 낮은 영세 사업장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합리적인 투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디폴트옵션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하고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시범사업 추진 및 금융기관 간 경쟁 촉진을 위한 현물이전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수익률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중도인출 요건을 강화하고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활성화하는 등 연금자산의 중도 누수를 방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통해 현행 10.4%의 연금형식 수령 비율을 높여 노후생활의 안정적 수입원으로 기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개인연금 가입 촉진을 위해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하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 연금화를 제고한다.
상품 제공기관 간 경쟁 촉진 등을 통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등 개인연금을 활성화해 노후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마련한 개혁안의 핵심은 모든 세대가 제도의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더욱 든든히 보장하기 위한 방안들도 세밀하게 검토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개혁안이 연금개혁 논의를 다시금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국회가 조속히 연금특위, 여·야·정 협의체 등 논의구조를 통해 개혁을 마무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