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7일(화)



[EE칼럼] 공급망 확보 지름길 해외 자원개발, 지금이 적기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11 10:58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수출 물량이 지난 7월 연중 최고치로 떨어졌다. 글로벌 배터리사들이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부진에 따라 재고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재 핵심광물인 리튬 가격이 대표적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리튬 가격이 2022년 11월 최고점인 kg당 571.5위안에서 지난 8월엔 72.6위안으로 크게 하락했다. 통계자료를 보면 7월 양극재 수출량은 1만4480톤으로 전월(2만408톤)대비 29%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 대수는 전년동기 대비 8.2% 증가한 283만 8000대다. 완성차->배터리->소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동반 부진에 빠지고 있다. 문제는 양극재 업계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광물(리튬,니켈,코발트)의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산업체들이 전기차 산업 호황을 틈타 생산을 늘렸지만 전기차 산업 성장률의 일시 둔화로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배타리의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경쟁국인 중국 일본과 비교해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지만 핵심광물 대부분을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은 산화.수산화니켈, 황산니켈, 이산화망간, 산화.수산화코발트, 흑연등이다. 우리의 주력인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에 쓰이는 주요 재료들이다. 특히 음극재 소재로 대체재가 없는 흑연은 97.1%를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을 무기로 삼은 중국은 정부가 2008년 이후 5년 단위 계획을 세워 핵심광물을 관리해 오고 있다. 국내외 자원개발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불법 채굴을 단속하고 수출을 제한적으로만 허가하는 방식으로 광물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룬다.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은 2027년까지 중국이 장악한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자립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중국산 핵심광물을 사용한 배터리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해 주기로한 시한이기 때문이다.


중국산을 대체하지 못하면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48만원)의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시장 경쟁력 차원에서도 공급망 자립은 필수적이다. 우리 기업들은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각자도생을 벌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도 중국 일본처럼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주요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이다. 하지만 일본는 우리보다 두배 많은 리튬, 니켈, 코발트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지분을 확보한 리튬, 니켈, 코발트 광산은 2022년 기준 15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호주 레이븐소프(니켈), 멕시코 볼레오(구리.코발트), 아르헨티나 살데오로(리튬) 등이다. 반면 일본 기업은 31곳으로 필리핀 리오튜바(니켈), 뉴칼레도니아 티에바가(니켈), 호주 브로큰힐(리튬), 호주 마운트이사(코발트), 칠레 아타카마(코발트), 아르헨티나 올라로스 (리튬) 등이다. 그리고 한국광해광업공단이 2007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사업은 스미토모가 최대 주주로 운영권을 갖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민간 종합상사와 국영기업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원팀으로 뛰며 해외 광산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JOGMEC은 해외 자원 확보에 최대 75%에 달하는 출자. 재무보증 등 자금 지원뿐 아니라 지질탐사 등 기술, 정보 지원까지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광물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자원빈국이다. 2001년 김대중 정부때 “해외 자원개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 때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박근혜, 문재인 정부들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적폐로 몰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해외 자원개발이 국내 정쟁의 도구로 10여년 뒷걸음질 친 사이 글로벌 자원경쟁은 한층 격화됐다. 자원개발은 탐사부터 개발.생산까지 수십년이 걸린다.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이 나지만 실패할 확률도 높다. 자원개발 특성을 이해하고 꾸준히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만 성과를 올릴 수 있음을 이젠 알 때도 됐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심이 되고 외교부 등과 협력으로 자원외교에 나서고 있다. 한 걸음 더 나간다면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등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공급망 확보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공기업과 민간이 협력해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렇치 않고선 공기업도 민간도 해외 자원개발에 쉽게 뛰어들 수 없다. 주요 광물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이 투자의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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