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9일(목)



[EE칼럼] 덴마크 해상풍력 역사로 본 우리의 과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18 10:29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기획조정실장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기획조정실장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기획조정실장

덴마크는 풍력의 나라이다. 2023년에 전체 전력의 약 58%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했다. 전체 민간부문 일자리의 약 2.3%가 풍력 산업 공급망에 속해 있다. 풍력발전 비중을 더욱 확대하여 2035년까지 최대 84%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다. 폴 라쿠르(Poul la Cour)는 덴마크 풍력발전의 선구자이자, 계몽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1891년에 풍력 터빈을 제작하여 전기를 생산했으며, 풍력을 활용하여 농업을 기계화하고 난방과 조명을 개선하고자 했다. 1918년에 약 2~3만개의 덴마크 농장에서 펌프, 전기톱, 분쇄기, 탈곡기 등을 구동하기 위해 소형 풍력 터빈을 사용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에 에너지 부족을 경험한 덴마크는 중앙집중식 전기 생산을 위해 석탄 수입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동유럽에서의 석탄 수입은 불안정했고 서유럽의 석탄은 비쌌다. 당시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가 석탄이나 석유로 생산한 전기보다 두 배나 비쌌기 때문에 풍력발전이 관심을 끌지 못했다.1963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되면서 환경의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유는 저렴하고 풍부하며 운송이 쉬워서 주력 에너지원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1970년대의 오일 쇼크는 충격이었다. 경제는 악화되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덴마크에서는 풍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1970년대에 덴마크는 초기 단계에 있던 풍력 산업을 지원하는 여러 조치를 시행했다. 1976년에 풍력발전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했고, 덴마크 시험센터에서 인증받은 풍력 터빈에 대해 30%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1979년에는 당시만 해도 작은 회사였던 베스타스가 풍력 터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유구한 협동조합 역사를 기반으로 풍력발전 협동조합이 조직되었으며,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1990년대 후반 덴마크에 있는 6,300기의 풍력 터빈 대부분은 협동조합과 개인 소유였다.


풍력 터빈의 높이가 100미터가 넘고 단지 규모가 커지면서 기술적, 법적 복잡성이 증가했다. 투자 규모와 리스크도 커졌다. 협동조합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었다. 역사적으로 덴마크 국민은 풍력발전 단지와 터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육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단체가 조직되었고, 풍력발전 단지에 대한 저항 소식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육상풍력 단지가 반대에 부딪히면서, 해상풍력 산업이 성장했다. 1987년에 해상풍력발전위원회가 설립됐다. 1991년에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 단지인 빈더비(4.95MW)가 설치되었다. 2010년에는 앤홀트(400MW) 단지가 운전을 시작했다. 에스비에르항과 같은 배후항만 조성과 전력망 연결 지원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도 환경과 수용성 문제로 육상풍력 확대에 어려움이 많다. 해양플랜트, 조선, 철강, 해저케이블 등의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에게 해상풍력은 새로운 기회이다. 국내에는 124.5MW의 해상풍력이 설치되어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제주 한림해상풍력(100MW)과 전남해상풍력(99MW) 단지가 준공되면 올 연말에는 323MW로 늘어난다. 2023년에 해상풍력을 대상으로 입찰을 처음으로 실시하여 5개 단지 1,431MW가 낙찰되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풍력발전은 40.7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해상풍력 산업계에서는 투자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중장기 입찰 물량 제시를 요청했는데, 최근 정부에서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4~2026년까지 7~8GW를 입찰한다. 차세대 산업인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해 별도로 전망을 제시하고 입찰시장을 신설한다는 내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비가격지표 배점을 확대하고, 거점·유지보수, 안보·공공역할 측면도 평가에 추가로 반영한다는 내용은 에너지안보와 지역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덴마크 사례를 봤을 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배후항만, 전력망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적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4차 항만기본계획(2021~2030년)에 해상풍력 관련 내용이 거의 포함되지 않아 항만 미비로 인한 차질이 예상된다. 전력망의 경우, 미국도 2030년까지 30GW의 해상풍력 설치를 위해 멕시코만과 대서양 지역의 전력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 공급망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여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올해 제정된 자원안보특별법을 활용하여 해상풍력의 공급망 취약점을 분석하고 생산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이 29GW 이상에 달한다. 해상풍력을 통해 우리 산업이 성장하고 기후위기에도 슬기롭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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