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이 추석 명절에도 휴식을 반납하고 경영 일선을 지킨다. 연휴 직후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동행도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수장들의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은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출장과 경영 구상, 그리고 체코 방문 준비에 집중할 전망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동행하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재용, 10년 전통 해외 출장 이어가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년간 이어온 명절 해외 출장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4년 삼성 경영을 본격적으로 맡은 이후 매년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왔다.
올해 설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의 삼성SDI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점검했으며, 지난해 추석에는 중동 3개국을 순방했다. 이번 추석에도 주요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방문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체코와의 반도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원전 시공 참여 기회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정부가 최근 반도체 제조를 전략적 투자 분야로 지정한 만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또한, 삼성물산이 UAE 바라카 원전 시공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 원전 사업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최태원, 'BBC' 전략으로 체코 공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다음 달 예정된 SK그룹 CEO 세미나 준비와 함께 체코에서의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최근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선정했으며, 체코에서 이 분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온의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체코 내 투자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정의선,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 노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체코 내 유일한 EU 생산기지인 노소비체 공장의 확장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장은 2009년 준공 이후 현대차의 유럽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소비체 공장은 이미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구광모, 체코 배터리 공장 설립 타진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하반기 경영 현안을 점검하고, 체코에서의 배터리 사업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체코 내 배터리 공장 설립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은 이미 30여 년간 체코에서 가전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장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체코 정부가 자국 내 배터리 공장 유치에 적극적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 정기선, 미국서 친환경 선박 기술 논의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미국에서 열리는 '가스텍 2024'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친환경 선박·에너지 전시회로, HD현대는 후원사로 참여한다.
정 부회장은 이 행사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HD현대가 추진 중인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과 에너지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화, 우주항공·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은 사실상 승계 구도가 굳어진 만큼, 올해 초 수립한 계획을 점검하고 미래 신성장동력과 신규 투자처를 집중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최근 우주항공,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등 기타 그룹, 각자도생 전략 수립
이 밖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그룹 주력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등의 현안을 점검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한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연휴 기간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등 주요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이번 방문을 통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하는 '팀코리아'가 약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한국 원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체코 순방, 新시장 개척 교두보 될까
연휴 짂후 이어지는 체코 순방은 한-체코 수교 3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것으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체코가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원전 등 첨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총수들이 추석 연휴마저 반납하고 현장 경영에 나서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특히 체코 순방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시장 개척과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