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8일(수)



[EE칼럼] 핵심광물 확보와 ESG, 자원 안보의 ‘굿 파트너’ 돼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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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KIS자산평가 ESG사업본부장

최근 이혼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굿 파트너'가 요즘 공중파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정도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원래 드라마에서 이혼이나 출생의 비밀은 인기있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는 상반된 견해를 가진 베테랑 변호사와 신입 변호사가 충돌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모습에서 위로를 얻고 성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이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들이 오히려 궁합이 잘 맞는 경우가 있다. 바로 핵심광물 확보와 ESG경영이 그러하다.


중국은 작년부터 반도체 핵심광물 게르마늄과 갈륨, 배터리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을 통제하였으며, 올 8월에는 반도체와 배터리에 사용되는 안티모니를 통제하기로 발표하였다. 이 때문에 해당 광물의 가격은 폭등하여 반도체와 배터리의 공급망은 매우 불안정한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정부가 그 다음으로 텅스텐을 통제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텅스텐은 반도체와 배터리의 주요 원료이며, 온을 잘 견딜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열전자 필라멘트, 전기용접, 포탄, 로켓, 그리고 더 나아가 핵융합 발전에도 필수적인 광물이다. 따라서 전세계 텅스텐의 80% 이상 생산하는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게 되면 반도체와 각종 소재 산업, 그리고 방위 산업이 바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에게 동시에 위협이 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몇 년 전부터 강원도 영월의 상동 텅스텐 광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한중석을 인수한 캐나다 기업 알몬티가 상동 광업소를 다시 열기 위해 수 년간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지난 8월 미국 지질조사국 국립광물센터 대표단이 강원도를 방문하여 텅스텐 정광 생산 재개 가능성, 운반 갱도 및 가공 공장 건설 진행 상황, 그리고 텅스텐 산화물 공장 건설에 계획을 구체적으로 조사하였다. 다시 상동 광업소가 개장하여 텅스텐을 생산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원 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다. 1990년대에 상동 광업소가 텅스텐이 고갈되어 문을 닫은 것이 아니다. 중국 수입 텅스텐과 비교하여 경제성이 낮았기 때문에 문을 닫은 것이다. 또한 현재 시점이 대한중석이 우리나라 수출 절반을 차지하던 1960년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50년이 넘게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사회와 문화가 완전히 변화하였다. 따라서 그 시대 사람들이 일하던 방식으로 일할 한국인 근로자는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8월 국내 모 비철금속 제련소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바와 같이, 산업재해나 환경오염을 무시하던 과거의 방식으로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채굴과 제련, 정련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상동광산이 폐쇄되었던 30년 전과 달리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의 선진국이므로, 국내에서 광업 및 비철금속업을 영위하려면 경제성과 더불어 환경과 노동/인권/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ESG경영을 해야만 한다. 국내에서 텅스텐 원재료 공급망을 다시 구축하려면 각 단계별로 환경오염과 산업재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마침 국내에서도 인력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IoT 스마트 마이닝(채굴) 기술을 비롯하여,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정련/제련 기술, 그리고 부산물에서 다시 희토류/희유금속을 추출하는 기술, 그리고 텅스텐 스크랩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순환 기술이 순차적으로 확보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발판으로 하여 글로벌 텅스텐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핵심광물 확보와 ESG경영이 우리나라의 자원 안보를 지키는 '굿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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