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5일(수)



[EE칼럼] 모두가 꺼리는 전력가격 분석과 예측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25 10:58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에너지 관련 부문 종사자들이라면 해결과제 중 앞자리가 전력 안정확보와 시장 효율화라는 점을 잘 안다. 시장경제체재에서 전력가격예측과 해석이 에너지 문제 해결의 요체인 것도 잘 안다. 사실 전력은 미래 지식정보사회의 기반이며, 전력공급 불확실성은 완전해결이 힘든 과제이다. 우리가 자랑해온 반도체 산업도 안정적 전력확보가 필수 전제조건인 AI 기술변화에 부응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한다. 2030년대에는 지금보다 최대 10배쯤 AI 산업용 전력 수요가 예상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반도체 벨트지역이 AI산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력 수급체계로는 어림도 없다. 미래 AI 산업 벨트 지원을 위한 특화된 국가전력배급/저장을 위한 망(網) 구축을 위해 기존 전력/에너지 수급계획을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 먼 지방 발전소에서 화성/동탄 등 수도권 전자단지로 직송하는 고압 송/배전망 투자가 화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재원의 장기확보를 위한 전력가격 조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실 우리 전력요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기 시스템 적정화 비용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력과소비와 환경공해 유발의 주원인이라는 지적이 오래된 것이다. 국민을 대신한 정부가 공기업인 한전의 총괄비용보전의무가 엄연히 존재하다. 국민 부담으로 귀결할 전기요금 인상은 여건만 된다면 바로 시행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누진제 대상인 가정용 요금이 가장 먼저, 크게 오를 것이다. 취약계층인 서민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따라서 전력가격 설정에서 시장경제 논리 적용에 한계가 있고, 사회 형평 차원 고려가 불가피하다. 이에 급한 대로 가정용 요금보다 산업용 요금을 가중 인상하여 서민층 부담경감을 검토한다. 그러나 이런 수준 가격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 가격 기능 허약, 독과점 등 각종 시장실패와 오랜 정부규제에 따른 정부 실패 요인들이 한 번에 보정이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공허한 말 잔치이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자 충당이 겨우 가능한 정도이다. 총부채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202조 원 규모이다. 2020년 132조 원 수준에서 50% 정도 늘었다. 당연히 이자 비용도 그만큼 늘어 올해 4조~5조 원대에 달할 것 같다. 그러나 한전 적자 추정은 민간 경제계나 학계에서 큰 신뢰를 받지 못한다. 전력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시장구성의 핵심인 전력가격은 변동비(연료비)에 의해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확한 한전 적자 규모 산정은 어렵다. 그리고 생존 필수재인 전력요금 인상이 수요 감축과 투자 절약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우리 전력 수요관리는 여전히 가격 기능보다 5천억 원 이상 절전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전력시장은 한전 공급 과점과 송-배전 독점에다 전력거래소 가격 결정 독점이라는 중첩 독점체재 아래에 있다. 이런 독점 폐해를 막는 가장 좋은 대응방안은 가격경쟁을 유발하는 '적정 규제' 도입이다. 그러나 섣부른 규제 철폐는 시장 논리에 부응하는 것 같으나 사실은 전력시장 불완전성을 심화시킨다는 역설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상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국내 생산전력을 일괄 구매하고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이 경우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가격(계통한계가격; System Marginal Price)만이 있다. 소매가격은 없고 도매(都賣)가격만이 존재한다. 소비자 차원 고려 부족은 당연하다. 따라서 '사적 이윤은 내부에 독점배분하고 사적 비용을 공적 비용 형태로 대중에게 배분하는' 비윤리적 운영이 우려된다. 더욱이 이러한 행동을 정부가 크게 탓하지 않는다. 관ㆍ민 집단이기주의 의혹이 이는 이유이다. 여기다 정부도 한전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인 산업은행 배당금 지급을 제도화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활용한다. 한전 적자에 대한 정부 책임 거론 이유이다. 따라서 정부도 이들과 담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전력산업 내부거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제도 차원 적정성 검토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전력산업 공정성과 효율성 검증은 관련 전문가와 학계의 참여를 바탕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서는 2년마다 정부가 수립, 공표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보자. 지금 2038년까지 관련 계획(안)의 얼개가 마련되어 년 말까지 최종 검토와 공청회 그리고 국회와의 조정-협의가 추진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38년까지 무탄소(無炭素) 전원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세부 전원별 구성비율은 원전 35.6%, 석탄 10.3%, LNG 11.1%, 신재생에너지 32.9%, 수소·암모니아 5.5% 등이다. 원전은 소형모듈원전(SMR) 1기와 대형 원전 3기 등 5기가와트(GW)에 용량증가로 2038년 35.6%라는 가장 큰 발전원이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도 풍력·태양광을 중심으로 2038년 발전 비중이 32.9%까지 올라갈 것이다. 이러한 계획도출과정에서 총괄분과에만 100명 수준, 그리고 기초 조사를 포함하면 지난 2년 동안 수백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였을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가용 가능 인원 모두가 참여한 것 같다. 그러나 전문영역별 이기주의 등 전문가 시장실패, 그리고 정부관여/책임구현 과정에서의 관료주의 폐해와 정부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벌써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들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닌 SMR 등 불확실한 미래 기술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러니 전력에너지 부문과 같은 학제적/융합적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들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간다. 학제적/융합적 분야에 대한 논리 추론은 전통적 과학과 학문과는 달리 그 범위 등 영역 구획에 차이가 난다. 인위적 제도가 경제행위에 미치는 영향 이해에 초점을 맞추는 '제도(Institutional) 경제학' 차원 정밀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면 '자칭' 에너지 전문가들의 기득권이 이권화되고 영속화되는 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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