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운 분야의 탈탄소 목표에 비해 실제 예산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은 26일 '대한민국 해운 부문 2050 탄소중립 경로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해양수산부가 2030년까지 해운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감축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이 85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의 계획된 예산은 8조원에 불과해 목표 달성을 위한 재정적 뒷받침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해운업은 전 세계 무역의 90%를 책임지며 한국에서도 수출입 비중의 99.7%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해운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2.9%에 달하며 이는 국가 단위로 환산할 경우 브라질, 인도네시아, 일본과 유사한 규모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해운업의 탈탄소화가 중요한 이유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해운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순배출 0으로 만드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60%를 감축하고, 2040년 80%, 2050년까지 100% 감축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해사기구(IMO)의 목표보다 더 공격적인 수치로, 국제 기준에 비해 앞선 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규모를 계산했다. 분석을 담당한 김진태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원은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같은 무탄소 연료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초기 대규모 투자가 중요한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해양수산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85조원의 투자 규모가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반면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목표 시나리오인 IMO_Net0에서는 같은 기간 46조원, 50% 감축 시나리오(IMO_Net50)에서는 4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해양수산부의 시나리오는 초기 급격한 투자가 요구되지만, 이후 필요한 예산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로 분석됐다.
주요 투자 항목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선박을 대체하는 데 있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중유 대신 LNG, LPG, 그린메탄올, 그린암모니아, 그린수소 같은 무탄소 연료로 전환하는 선박으로 교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연료보다 완전한 무탄소 연료로의 전환이 더 효과적이라고 결론지었다.
또 선종별로 맞춤형 감축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한국의 경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류선 등이 특히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들 선박을 대상으로 세부적인 감축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됐다.
김근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해양수산부의 감축 목표는 국제적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지만, 실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책임감 있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2030년 전후가 탄소중립 달성의 중요한 시점인 만큼 화석연료 기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비화석 연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