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인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3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주택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계속해서 쌓이면서 건설업계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에선 양도세 완화 등의 파격적인 혜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6461가구로, 전월보다 2.6%(423가구) 늘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며, 2020년 9월(1만6883가구)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와 시행사의 자금 부담으로 이어져 중소업체의 경우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소 건설사가 많은 지방에선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전체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중 수도권은 2821가구에 그쳤지만 지방은 1만3640가구로 한달 새 3.8%(502가구) 늘었다.
전남의 악성 미분양이 2549가구로 가장 많고, 경남과 경기가 각각 1730가구로 뒤를 이었다. 광주(416가구)는 한 달 새 악성 미분양이 58.8%(154가구)나 급증했다.
지방 악성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지난 3월 10년만에 기업구조조정(CR)리츠를 부활시켰다. CR리츠는 시행·시공사 및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한 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전남 광양에서 CR리츠 1호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업계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5000여가구 규모의 미분양 물량이 해소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지원 확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최악' 상황인 부동산 경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CR리츠보다 더욱 더 적극적인 미분양 해소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R리츠는 그나마 상품성이 있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장기간 적체된 '악성 미분양'을 시장에서 소화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츠 목적이 사회 공헌이 아닌 수익인데, 미분양이라는 건 상품성이 떨어져 매입 효과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서진형 광운대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도 “CR리츠가 악성 미분양 해소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서울·수도권보다 주택 수요가 적은 지방 특성상 근본적인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건설업계에선 악성미분양으로 지역 건설사들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방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2001년 김대중 정부나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다주택 소유자의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줬던 사례처럼 파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기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등록된 부도 건설사(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말소된 업체 제외) 수는 23곳으로 이미 지난해 총 부도업체수(21곳)를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5곳이 몰려 있고 지방에 18곳이 쏠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악성 미분양 주택이 계속해서 쌓이면서 지방 건설사들은 줄도산 우려가 상당하다"며 “양도세 완화는 시장 침체 상황에서 추가 재정 투입 없이 시장 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걸림돌은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과열 분위기다. 정부 입장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양도세 인하 등을 꺼내긴 부담스럽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9로 전월 대비 1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4달 연속 상승한 것으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악성 미분양 주택은 늘었지만 전체 미분양 주택 물량은 아직 안정적인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가 당분간 양도세 완화 등의 과감한 대책을 꺼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