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 지난 7월 17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며 한 말이다. 우리 원전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멘트다. 이제 시작이다. 더 많은 나라가 우리 원전을 신뢰하고 선택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2030년까지 10기를 넘어 그 이상 원전 수출이 되도록, 우리의 진심을 다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첫째, 우리 원전산업 생태계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우리 원전산업은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었다. 그동안 우리 원전산업은 2~3년마다 이루어지는 국내 신규원전 건설에 초점을 맞춰 성장해왔다. 그러다보니, 지난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취소와 중단이라는 단순 조치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탈원전 정책이 폐기된 이제서야 겨우 숨을 돌렸다. 그런데 탈원전 정부가 다시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국내 일감 증발에 대비하여, 해외에서 지속적이고 충분한 일감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전 수출이다. 앞으로 원전 수출은 원전 도입국과 건설하는데 10년, 운영하는데 60~80년, 해체하는데 10년 등 도합 100년의 관계를 만들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장기적이고 충분한 일감을 확보케 해, 국내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우리 원전산업계를 지켜줄 버팀목이 될 것이다.
둘째,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서다. 원전 수출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대폭 수출하여 동맹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원전 공급망에서 대체불가의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대만의 반도체 기업으로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TSMC를 생각해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 회사가 문제를 겪을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칠 치명적인 타격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대만을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원전 공급망에서 지위를 확고히 하면할수록 우리 안보도 그만큼 튼튼해질 것이다.
셋째, 후세대에 지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다. 필자가 유럽갈 때마다 느낀 점은 유럽 국가들은 그들 조상이 남겨준 유산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일으켜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원전 수출도 단순히 현재의 경제적 이익을 넘어, 우리 후세대가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유산을 남길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원전 수출은 원전도입국과의 장기적 관계를 이끌어낸다. 그 기간 중 우리나라는 세계 곳곳의 우리 원전에 핵연료와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가 2009년 원전을 수출한 UAE와의 협력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UAE 원전에 핵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또 UAE 현지 핵연료 공장 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분야에서의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가 원전 수출을 많이 할수록, 우리 후손이 활용할 수 있는 지적 유산이 많아지는 것이다.
넷째, '홍익인간' 정신 구현을 위해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은 우리나라의 비공식적 국시이자 정신적․사상적 기반이다. 이를 지금 상황에 맞춰 재해석해보면, 우리의 원전 기술을 이용해 세계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1년 펴낸 'World Energy Outlook'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약 13억명이 전기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이 수치가 다소 줄었겠지만, 여전히 엄청난 수의 인구가 전기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은 재정적으로도 여의치 않다. 그렇기에 이들 나라에 값싸고 품질 좋은 우리 원전이 제격이다. 세계적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진 지금이 '홍익인간' 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