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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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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의 명암] 변곡점 맞은 고려아연 ‘적대적 M&A’… 자본시장 새 이정표 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0.14 14:02

MBK, 최대주주 등극 후 경영권 확보

고려아연 자사주 동원해 방어 총력전

시민단체·IB “공개매수 환영” 한목소리


고려아연

▲고려아연

#MBK파트너스가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이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개매수의 활용 방법과 주요 사건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영풍정밀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며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시민단체 및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날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마감됐다. MBK는 지난 9월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공시한 이후, 한 달여간의 치열한 경영권 확보 경쟁을 벌여왔다. 적대적 M&A란 인수 대상 기업의 경영진 동의 없이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을 말한다. MBK는 이번 고려아연 인수전에서 공개매수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간 MBK는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개매수를 적극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이뤄진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에 대한 공개매수 시도다. 당시 MBK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손잡고, 현 대주주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지분율 42.03%)의 퇴진을 위해 공개매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목표치인 20.35%(1932만주) 확보에 실패하자 결국 주식을 인수하지 않았다.


과거의 실패 경험에도 MBK는 이번 고려아연 인수전에서 다시 한번 공개매수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MBK가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에 여전히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2대 주주인 영풍의 지분율이 비슷한 만큼 MBK와 최 회장 간 공개매수 목표치 달성 여부에 경영권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측이 매수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면서 공개매수 규모는 3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앞서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으로 83만원을, 최 회장을 필두로 한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가를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추가 상향했다. 89만원을 기준으로 고려아연측의 전체 공개 매수 자금은 약 3조6852억원에 달한다. 이에 MBK는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의 주당 83만원의 공개매수가격은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라며 추가 상향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자사주를 활용한 방어 전략이 눈에 띈다. 최 회장은 MBK의 공개매수에 대응해 자사주 취득 방식의 공개매수 후 이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와 동시에 MBK·영풍 연합 공개매수에 더 큰 맞불을 놓는 전략이기도 하다.


MBK의 적대적 M&A 및 고려아연의 대응 과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9월 논평을 통해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는 자본시장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고려아연 뿐 아니라 저평가된 국내 상장사 주주들이 가진 '그 외의 다양한 권리'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MBK의 공개매수는 우리나라 자본주의가 선진화되는 모습"이라면서 “정당한 방법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과정은 최소한 절차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진보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공개매수라는 합법적이고 투명한 방식을 통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는 MBK의 행보와 이에 맞서 다양한 방어 전략을 구사하는 고려아연 측의 대응은 향후 한국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및 인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번 고려아연 인수전은 단순한 기업 간 경영권 다툼을 넘어, 한국 기업 문화와 자본시장의 새로운 장을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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