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국회의 역할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기후소송을 통해 드러난 정부의 기후 대응 미비를 보완하려면 이제 국회가 입법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후헌법소원 공동소송단(청소년기후소송·시민기후소송·아기기후소송·탄소중립기본소송)과 공동대리인단은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 후속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8월 29일 헌재 판결 후 약 50일만에 열린 첫 공식 토론회에서 100페이지에 달하는 결정문을 분석하고, 이번 판결이 가진 법적·사회적 의미와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에 2030년까지만 탄소 감축 계획이 제시돼 있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줄 수 있고, 이는 청구인들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및 환경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이날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과 향후 과제' 발제를 통해 탄소중립기본법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가 강화된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2030년 이후의 감축 목표 부재를 과소보호금지 원칙 위반으로 판단했다"며 “이에 국회가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을 바탕으로 강화된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의 입법적 조치가 기후 위기 대응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윤 변호사는 강조했다.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는 “헌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가 법에서 누락된 부분을 2026년 2월까지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며 “이를 통해 국회가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의 감축 목표가 '순배출량'으로 명시돼야 한다는 점을 법률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활동가는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며, 법 개정을 통해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황 활동가는 국회가 법 개정 과정에서 민주적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에 있어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며, 이는 법률로 직접 규정돼야 한다"며 “단순한 행정 입법 절차를 넘어 국회의 입법 절차가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지적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보림 활동가는 기후 헌법소원이 기후 대응의 마지노선을 확인하는 판결이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정부가 보다 의욕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는 기후 위기 대응에서 더는 후퇴할 수 없는 선을 제시해야 한다"며 “현재의 목표를 넘어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기후 대응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단기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아닌, 중장기적인 사회 전환을 고려한 목표 설정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도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단지 숫자상의 감축 목표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국장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강화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와 미래 세대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과 함께 원탁회의와 같은 민주적 논의 구조를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