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추진을 두 번째로 철회하자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의 분위기도 가라앉은 모습이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성장 기대감을 인터넷은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월에는 제4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의 분위기로써는 순탄하게 진행될 지도 장담할 수 없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공모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케이뱅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지만 결국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케이뱅크의 IPO 철회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22년에 첫 번째 IPO를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IPO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지난해 초 철회했다. 당시에는 외부 환경이 변수로 작용했다면, 이번에는 케이뱅크 내부 원인이 작용한 만큼 아쉬움이 더욱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뱅크는 최대 5조원을 몸값을 기대했는데 과대평가됐다는 점이 지목돼 왔다. 지난주 진행한 케이뱅크 수요 예측에서 대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은 희망 공모가(9500원~1만2000원) 하단이나 하회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뱅크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2.56배로 적용했는데, 이는 수익성이 더 높은 카카오뱅크(1.62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업비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8200만주에 달하는 공모 주식 수, 높은 구주매출 비중, 가계대출 확대 제약 등도 흥행이 부진했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한풀 꺾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 인터넷은행 처음으로 카카오뱅크가 상장할 때와 달리 인터넷은행 성장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인터넷은행의 한계를 인식하고 기대감을 낮춘 것이란 해석이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시 PBR 7.3배를 적용받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초기에는 플랫폼 기업이란 인식에 시장의 기대감이 컸으나, 실제로는 대출 확대 등 기존 은행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부각돼 왔다"며 “인터넷은행들이 플랫폼을 이용한 성장 모델을 입증하고 있는 과정이다보니 기존 은행과의 차별성을 아직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시선에 우려의 반응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상장하려는 시기와 맞물려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이 악화된 데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가 공격을 받으며 케이뱅크 상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자체에만 집중되면 앞으로 인터넷은행 업권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제4인터넷은행 출범도 요원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1월에는 제4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을 마련하고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저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업들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가 IPO를 하기까지 난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제4인터넷은행 또한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걱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이 혁신이 없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등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인터넷은행이 영업하기 좋은 분위기가 돼야 새로운 경쟁자도 뛰어들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제4인터넷은행 등장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은행 인가 접수를 받겠지만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건전성 관리, 신용평가모형의 혁신성, 자본 측면 등을 깐깐하게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인터넷은행 3곳에 대한 경험치가 쌓여 있어 인가를 쉽게 내주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