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은행권의 수익만 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NH농협, 신한, 우리, 하나, KB국민은행 등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예대금리차는 8월 현재 평균 0.57%포인트(p)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제한 값이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월 0.822포인트에서 2월 0.726포인트, 3월 0.714포인트로 하락하다가 4월 0.764포인트로 상승했다. 이후 5월 0.7%포인트, 6월 0.514포인트에서 7월 0.434포인트로 낮아졌다가 8월 0.57%포인트로 상승 전환했다.
8월 들어 예대금리차가 다시 확대된 것은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금리가 7월 평균 3.862%에서 8월 3.938%로 올랐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7월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금리를 조정한 영향이 컸다. 이와 달리 저축성 수신금리는 3.428%에서 3.368%로 떨어졌다. 대출금리는 올랐는데 예금금리는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는 확대된 것이다.
은행권은 이달에도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어 예대금리차 확대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그간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대출금리 인상에 미온적이었던 기업은행, SC제일은행이 최근 들어 금리를 올리는 모습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25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감면권을 축소한다. 비대면 상품인 i-ONE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감면권은 0.3%포인트, i-ONE 전세대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금리감면권은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 줄인다. 대면상품인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년과 10년 주기형 상품이 각각 0.2%포인트씩 금리감면권이 축소되고, 혼합형 금리와 그 외의 상품은 감면금리를 각각 0.1%포인트씩 축소한다. 금리감면권을 축소하면 그만큼 대출금리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은 1주택자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조정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담보물건별 연간 1억원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SC제일은행도 이달 14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0.05~0.25%포인트 축소한다. 우대금리가 줄어들면 대출금리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제일은행은 타행과 발맞춰 이달부터 2주택 이상 보유한 차주에는 주택구입목적의 주담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은 이미 주담대 문턱을 높인 탓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이 지난주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16%포인트(p) 올렸지만, 이는 가산금리를 올린 게 아닌 은행채 상승분을 반영한 것으로 인위적인 조정과는 거리가 멀다. 향후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 주기형 주담대 금리도 떨어진다.
하나은행은 이달 1일부터 비대면 주력 상품인 하나원큐전세대출 감면금리를 0.20%포인트 조정했고, 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전세대출상품은 감면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축소 조정했다. 우리은행도 이달 초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0.20%포인트, 전세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주담대, 전세대출, 집단잔금대출 모집인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했으며,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 건은 본부 심사를 거치는 식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이 향후 대출금리 인상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늘어 전월(+9조7000억원) 대비 상승 폭이 둔화됐다.
다만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하향 안정화 추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철저히 관리한다는 기조여서,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 분이 언제쯤 반영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은행권의 예대마진이 확대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예금금리는 이미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