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획> 탄소중립 건설기술 탐방 -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은 건물을 찾아 기술을 소개합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단열 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친환경 건축물을 뜻합니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관련 기준을 5개 단계로 마련해 등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 보람동 631-6. 공원과 학교가 밀집한 평범한 주택가에서 유독 눈길을 잡는 건물이 있다. 지붕 위에 보이는 태양광 발전 패널, 곳곳에 뚫려 있는 통창, 대리석 질감의 차양 등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2019년 문을 연 세종특별자치시 선거관리위원회 신청사다. 멋들어진 이 건물은 우리나라 공공기관 최초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4등급)을 받았다. 에너지 자립률 52.8%를 확보하면서다.
30일 가본 이 건물은 연면적 2426m²에 지상4층 지하1층 규모로 조성됐다. 외관은 설계공모를 통해 '모자이크 큐브'(MOSAIC CUBE) 방식으로 제작했다. 선거함 모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모양새다.
이 곳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받은 첫 번째 비결은 설계다. 총 9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탄소중립 건물'이라는 철학을 관철시켰다. 기존 공동주택 기준보다 단열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고단열·고기밀 외피 및 차양 등 건축요소를 통해 에너지 성능을 극대화하는 '패시브기술'이 적용됐다.
차양일체형외피를 입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태양입사각에 따른 계절별 일사량을 조절해 건축물의 냉·난방 부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모든 냉난방은 지열을 사용한다.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원격검침전자식계량기도 갖췄다.
외부에서 보이는 인조대리석으로 된 차양은 한옥 처마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직사광선 양을 조절함으로써 기존 에너지효율 1등급 공공시설보다 에너지 소요량과 전기 사용량을 각각 66%, 75%씩 줄였다.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바로 위로 중앙아트리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연채광이 상당히 잘 돼 조명을 많이 켜지 않았음에도 불편한 느낌이 거의 없었다. 천장을 비롯한 곳곳에 환기 시스템도 마련돼 온도 조절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현장 관리인의 설명이다.
두 번째 비결은 철저한 유지·관리다. 이 건물은 태양광 발전장치를 앞세워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47% 이상 확보했다. 이후 직원들과 외주 업체 담당자는 이를 철저히 관리하며 발전과 전기 사용량을 최적화하고 있다. 이 곳 태양광 설비 총 용량은 67.6kW다.
건물에 들어서면 세종시 선관위 측이 에너지 자립률 향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1층 로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종합현황' 모니터가 구비됐다. 이 곳에서 현재 태양광 설비 발전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 가능하다. 수평일사량, 경사일사량, 대기온도 등 기상현황도 표시해 냉난방이나 환기 시 활용하도록 했다.
전날과 기록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태양광을 활용한 금일 발전량과 시간을 전일과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가 제공됐다. 건물 관리자는 이들 정보를 모두 감안해 업무 시간 내 냉난방 비율을 조절한다.
직원들 역시 '탄소중립'에 진심이었다. 엘리베이터가 1기 있었는데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움직이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 모두 계단을 사용했다. 세종시 선관위 한 직원은 “건물이 4층이고(낮은 편이고) 당초 공공청사 최초의 제로에너지건축물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알다보니 건강관리 차원에서 대부분 계단을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낮에는 조명도 거의 켜지 않는다고 이 직원은 덧붙였다. 건물 설계 때부터 자연채광에 신경 쓴 덕분이다. 그는 “(선관위가) 선거철이 아니면 평소 일반인들의 방문이 많은 곳은 아니다"며 “홍보관에 단체 관람객이 오는 등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1층 불은 거의 꺼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