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기획> 집터뷰 - 매주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수요자들을 대신해 시장 전망, 주요 이슈, 현안을 물어 보고 답을 구합니다.
“지상 철도지하화 사업의 관건은 시간과 사업성이다. 제때 추진되면서 상부개발이익으로 막대한 지하화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연구위원은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인근 카페에서 에너지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대표 건설·부동산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경영과 건축, 국제관계와 문화를 전공한 후 건정연에선 건설·부동산·도시재생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등 다수 지자체에서 정책 결정을 돕는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계의 '핫이슈'인 철도지하화 사업에 대해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내다봤다. 철도지하화 서업은 전국 주요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지하로 옮긴 뒤 지상부 공간를 복합 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최근 마감한 국토교통부의 사업 제안 신청에 5개 광역지자체가 뛰어들었다. 5개 지자체의 제안 노선은 서울 경부선(연계노선 포함 34.7㎞)과 경원선(연계노선 포함 32.9㎞), 부산 경부선(11.7㎞), 인천·경기 합동 경인선(22.6㎞), 경기 경부선(12.4㎞)과 안산선(5.1㎞), 대전 대전조차장 및 대전역이다. 국토부는 12월 1차 대상 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건설업계에선 수십조원의 일감을 기대하고 있고, 해당 부지 인근 주민들은 단절된 도로가 이어지고 지역 전체가 활성화되는 '제2의 연트럴파크' 효과를 기대하는 등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지상 철도 지하화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도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실화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넘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우선 어마마한 예산이 요구되는데 상부개발이익으로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후 공사비가 오르거나 공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투자자, 수요자 입장에선 변수가 아직은 너무 많아 단기적인 '호재'로 여길 수는 없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오히려 공공재원을 경전철 조기 완공 등 다른 곳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철도나 도로의 지하화도 좋지만 현재 서울에서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이 아직도 있다"며 “지지부진한 경전철을 지원해 서울 외곽이나 소외지역 교통망 확충도 우선순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에 대해선 서울 등을 중심으로 장기간 우상향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손을 들어줬다.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일시적인 가격 조정과 수요-매매간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지만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할수록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주요 도시·지역으로 인구 편중이 심화한다"고 “지난 정부 때 고공행진했던 수도권 집값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한 차례 크게 하락했고, 현재는 금리가 안정화하면서 매수세가 다시 살아난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전세불안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만2000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전세 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엔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전면 폐지 같은 공급 확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공급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더 크다"고 설명했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에게는 선호입지 위주로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는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만 집값이 오르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군지·역세권, 직주근접성 등에 따라 선호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서 집을 장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