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에 이어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도 위축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향후 공급부족 또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부양책 또는 시장 안정화 노력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등은 8.8 부동산대책 발표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8월8일 정부 합동으로 발표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 중 입법 관련 과제가 거의 실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8대책 당시 발표된 정책 과제는 총 49개이며, 이 중 35%에 해당되는 17개의 과제는 법을 새로 만들거나 바꿔야 실행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8.8대책이 발표된 지 3개월이 지난 현시점까지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단 하나도 없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 안건에 조차 오르지 못한 법안이 상당수다.
8.8대책에는 크게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 △비아파트 공급시장 정상화 △수도권 공공택지 신속 공급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발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는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향후 6년간 서울 및 수도권에 총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핵심은 정비사업 절차를 기존 7단계에서 5단계로 줄이는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가칭)'으로 사업 초기 단계인 기본계획 및 정비계획, 중·후반 단계인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에 세울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정비사업 일정을 3년 정도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 등에 17만6000가구의 주택을 조기 착공하고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025년까지 착공하는 경우의 미분양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등 4만1000가구가 조기 공급되도록 유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토위 소위원회에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 절벽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8.8대책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시장의 불안감과는 동떨어진 현실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8만2542가구인데 반해 내년 상반기 물량은 7만5376가구, 하반기는 5만2760가구로 매 반기마다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6년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3만7546가구, 하반기에는 3만6917가구로 한 해 통틀어 신규 아파트 물량이 1만 가구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8.8대책 후속 입법의 미비로 3기 신도시 착공이 지연되는 것도 큰 문제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3기 신도시에 공급 예정인 17만4122가구 중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는 물량은 전체의 6.3%인 1만964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 후속 입법 조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내에서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워싱턴DC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관련 목소리를 냈었다. 최 부총리는 “건설 부문은 이미 공공 부문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고 실제 추진 중"이라며 “우리가 부동산 공급대책(8.8대책)을 발표했는데 그것의 (집행) 속도를 높이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회의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야당을 설득하는 등 여러 작업을 통해 8.8대책의 후속 조치를 빠르게 실행해야 하지만 현재는 손을 놓고 있는 듯 하다"면서 “적극적인 의지 조차 보이지 않는 분위기라서 시장의 관심도 멀어졌다. 결국 8.8 대책은 길을 잃은 미아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