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면역질환 치료제 전문기업인 큐라티스가 잦은 경영진 교체와 재무 악화 등으로 잡음을 겪는 가운데 최근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경영 정상화 기대감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큐라티스는 지난달 31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를 조관구 및 특수관계인 5인에서 피스투에스코리아 외 1인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피스투에스코리아는 부동산 투자 자문업을 하는 회사로 최대주주인 김성준 대표이사가 지분 90%를 갖고 있다. 피스투에스코리아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41억2000만원을 납입해 500만주를 취득했다. 이에 큐라티스 지분 10.66%(504만8662주)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사측은 최대주주 변경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약속했다.
손재호 큐라티스 대표이사는 지난 1일 회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새 최대주주인 피스투에스코리아는 기존 투자자인 필리핀 법인 린프라와 끈끈한 파트너십 관계를 갖고 있다"며 “린프라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필리핀에서의 백신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큐라티스는 지난해 6월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상장 1년 만에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큐라티스는 올 상반기 회계검토에서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올 상반기 91억5020만원의 영업손실과 150억3000만원의 반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62억원만큼 초과했다.
삼정회계법인은 반기검토보고서에서 “실적 부진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으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며 “회사의 경영개선계획이나 자금조달계획의 성패에 따라 존속여부가 결정되며 계획에 차질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사업활동 과정을 통해 장부금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에서 한정의견을 받으면서 기존에 추진했던 유상증자도 대표주관사와 인수사가 계약해지를 결정해 결국 철회됐다. 유상증자 철회로 재무 구조 개선에 필요했던 자금 조달 수단이 막히면서 지난 6월22일 주가는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인 622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지난 8월 창업자인 조관구 전 대표이사가 재무 구조 악화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대표직에서 사임하고 이진희 바이오연구소장이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한 달 뒤인 지난 9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손재호 전 경영부문 총괄 사장을 대표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상장 1년 여 만에 대표이사가 두 차례 변경되면서 시장에서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대표이사 교체와 더불어 유상증자 대상도 변경됐기 때문이다.
당초 큐라티스는 재무 상태 개선을 위해 필리핀 기업인 린프라코퍼레이션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피스투에스코리아가 최대주주에 등극하면서 유상증자 대상도 피스투에스코리아로 변경됐다. 대상이 바뀌면서 유증 납입 일정도 오는 29일에서 15일로 보름 가량 당겨졌다.
다만 새롭게 최대주주가 된 피스투에스코리아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피스투에스코리아는 전환사채(CB)로 150억원, 제3자 배정으로 63억4000만원을 큐라티스에 납입할 예정이다. 사측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통해 신약 개발 및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경영 정상화 기대감에 주가도 오름세다. 지난 8월29일 622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최근 850원까지 올랐다. 두 달 새 36.7%가 오른 셈이다.
관건은 실제 납입 여부다. 피스투에스코리아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증의 납입일이 오는 15일로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기한까지 납입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손 대표는 “주총을 통해 새로운 경영진이 선임됐고 최대주주도 변경되는 등 큐라티스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반기 재감사 절차를 통해 환기종목 지정도 해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