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전어를 11월 말까지도 팔았는데 요즘은 그렇게 오래 팔지를 못해요. 전어가 잡히지도 않고 또 기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이제 전어는 씨가 말랐어요"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대표적인 가을 제철 어종인 전어가 한국 해역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여름의 폭염이 가을까지 이어지면서 바다 수온이 예년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어의 어군 형성과 어획량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기후위기의 현실이 우리 일상 속 식탁까지 다가오는 가운데 지난 6일 저녁,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현 상황을 살펴봤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은 올해 전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급등해 찾는 손님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판매하는 이 씨는 “예전에는 가을이 깊어지는 11월 말까지도 전어를 판매할 수 있었는데 더위가 계속되면서 전어가 잡히지 않아 팔지 못했다"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소량씩 있었지만, 이제는 또 기온이 급락하면서 전어가 자취를 감췄다"고 울상지었다.
또 다른 상인 박 씨는 “도매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매 가격도 몇 배로 올라 전어를 찾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작년과 같은 양을 판매하려면 가격이 3만원대에서 5만~6만원대까지 올려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7일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어의 노량진 수산시장 경락 시세는 10월 5주 차 기준으로 1만3200원에 달했고, 4주 차 기준으로는 2만1400원에 이르렀다. 이는 작년 평균 시세인 6500원보다 각각 100%와 230% 이상 급등한 수치이다.
횟집을 찾은 박모 씨(33)는 “예전에는 전어의 크기가 손바닥보다 큰 정도였는데, 이제는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전어가 잡히지 않는다는 소문을 실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어 어획량의 급감은 수온 상승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온 상승으로 남해안의 전어 어장이 예년보다 일찍 형성되고, 주 서식지도 남해안에서 서해안·동해안 방향으로 점차 북상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수온 변화에 민감한 전어의 어장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11일까지 남해안의 수온은 평균 24.2℃로, 평년(1991~2020년)보다 2.2℃ 높았다. 동해안은 23.0℃, 서해안은 23.1℃로 각각 평년보다 1.8℃, 1.9℃씩 상승했다.
특히 남해안은 전어의 주요 서식지로, 수온이 어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어는 보통 저수온 환경에서 어군을 형성하는데, 수온이 높아지면서 어군 형성이 어려워져 어획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전어 어획량은 3380톤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6470톤 대비 약 4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들은 기후변화가 전어와 같은 주요 어종의 생태계와 어획량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충일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모든 원인을 기후위기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가 생물의 서식지와 서식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한국 해역의 기온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해역마다 온도 상승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 어디든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