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우리나라의 향후 산업 등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산업계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 정책 변화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 이익 중심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에 성공한 트럼프 당선인은 6일(현지시간) “모든 것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두겠다"고 밝혔다. 모든 정책에 있어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이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 축소 또는 수정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칩스법은 기업이 미국 현지에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을 지으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약 74조원)를 향후 5년 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과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을 비판해 온 만큼 관련법에 따른 정책 추진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칩스법과 관련한 거래는 정말 나쁘다"고 비판하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대통령의 행정 권한에 따라 미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원 비중을 더 높이거나 동맹국을 대상으로 가드레일 조항 및 보조금 지원을 위한 제반 요구 조건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칩스법의 축소 혹은 수정이 현실화될 경우 지원금 규모가 줄거나 현지 투자에 대한 요구 조건 강화 등으로 생산설비 투자자금과 운영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근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인디애나주 반도체 패키징 시설 투자에 4억5000만달러(약 6283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5억달러(약 6982억원)의 대출, 최대 25% 세제혜택을 지원받기로 결정됐다. 지난 4월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4037억원)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패키징 생산시설과 R&D 센터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칩스법에 따라 반도체 보조금 64억달러(약 9조원)를 받기로 확정됐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반도체 파운드리 1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공장, 첨단 패키징 공장과 R&D 센터도 건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액은 기존 170억달러(약 24조원)에서 400억달러(약 56조원)로 대폭 늘어났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칩스법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반도체 지원법이 일부 수정되거나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전략이 수정될 지 주목된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보조금을 안 준다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선 반도체를 둘러싼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칩스법을 전면 수정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법무법인 율촌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정책과 국내 통상·산업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칩스법 개정 또는 행정명령을 통해 반도체 관련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축소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칩스법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준비됐다는 점에서 현실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