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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를 가다⑥] “노량진역 또 달라진다” 기대 반 우려 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1.21 15:40

시대 바뀌며 달라진 거리 풍경···수산시장 등은 접근성↑

소규모 상가 많고 주택 밀집···“거주환경 좋아지지만 발전 가능성은 낮아”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내 주요 철도 지하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성공할 경우 거주민들 삶의 질이 개선되고 도시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절된 도시가 이어지고 소외된 곳들이 개발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관건이다. 철도 지하화 주요 거점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반응과 실태, 예상되는 개발 효과와 풀어야할 숙제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21일 찾은 노량진역 인근. 경부선 철도가 지나며 역 남쪽과 북쪽이 단절돼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21일 찾은 노량진역 인근. 경부선 철도가 지나며 역 남쪽과 북쪽이 단절돼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철로를 가다 컷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은 1899년 경인선 개통과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철도가 운행된 곳이다. 과거에는 영등포의 대체 지역 느낌이 강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노량진수산시장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특색을 지니며 발전했다. 현재는 경부선 철도와 함께 지하철 1·9호선 환승역이 조성돼 있다.


21일 노량진역 인근을 찾아 주민·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철도지하화 소식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했다. 지하철역 공사, 수산시장 현대화 등 대규모 공사를 자주 경험한 만큼 변화에 대한 거부감은 많지 않아 보였다. 역 남북을 단절시키는 철로가 없어진다 해도 올림픽대로가 또 하나의 '벽'처럼 자리 잡아 발전에는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21일 찾은 노량진역. 수산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지하 차도를 건너야 한다. 사진=여헌우 기자.

▲21일 찾은 노량진역. 수산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지하 차도를 건너야 한다. 사진=여헌우 기자.

수산시장에서 20년째 일하고 있다는 A씨는 “지상 철도가 없어지면 역 반대쪽에서 이쪽으로 오는 게 확실히 쉬워진다"며 “이곳 사람들도 역 때문에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하는 일이 많아 불편했다"고 언급했다.


실제 노량진역에 내려 철로 위쪽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는 1호선 9번출구 하나 뿐이다. 곳곳에 연결 통로가 조성돼있긴 하나 환경이 열악하다. 수산시장 옆에는 축구장과 야구장이 크게 자리잡았다. 지하화 이후 역 상부지역을 개발할 경우 이쪽 지역과 연계해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노량진 학원가 쪽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철도지하화는) 십년 전에도 그 전에도 나왔던 얘기"라며 “한강 공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쪽(북쪽)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철도를 가리기 위해 조성된 벽이 올림픽대로 소음과 매연을 막아주고 있기도 했다.




21일 찾은 노량진역 근처 학원가 상권. 일찍부터 학원가가 조성된 탓에 소규모 노점과 상가들이 많다. 사진=여헌우 기자.

▲21일 찾은 노량진역 근처 학원가 상권. 일찍부터 학원가가 조성된 탓에 소규모 노점과 상가들이 많다. 사진=여헌우 기자.

21일 찾은 노량진역 근처 컵밥거리. 일찍부터 학원가가 조성된 탓에 소규모 노점과 상가들이 많다. 사진=여헌우 기자.

▲21일 찾은 노량진역 근처 컵밥거리. 일찍부터 학원가가 조성된 탓에 소규모 노점과 상가들이 많다. 사진=여헌우 기자.

노량진이 서울 시내에서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대규모 학원가가 있어 젊은 인구가 몰리는 곳이다. '컵밥 거리' 등이 조성돼있고 다른 상가들도 소규모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대가 바뀌며 '공무원 시험 열풍' 등이 사라진 탓에 유동인구는 십여년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노들역 쪽 한강 변으로는 래미안트윈파크아파트(523가구) 등이 자리잡았고 일부 아파트 공사도 진행 중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노들나루공원, 사육신역사공원 등 꽤 큰 규모 녹지를 끼고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철로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주민들 입장에선 큰 효과를 실감할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절된 지역 곳곳이 공원과 산책로 등을 통해 이어질 경우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고, 외부 유동인구 유입과 상권 발달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량진이 '중심 지역'이라는 점도 변수다. 여의도와 영등포가 워낙 가깝다보니 오히려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이 들어설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량진역 입구에서는 63빌딩이 바로 보인다. 지하철로 이동하면 여의도역까지 5분 내에 갈 수 있다. 영등포역 역시 1호선을 타고 두 정거장만 가면 된다.


인근 영등포역에는 타임스퀘어,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이 들어섰다. 여의도에 있는 더 현대 서울은 20·30대 발길을 잡으며 여의도 상권 분위기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21일 찾은 노량진역. 역 바로 뒤로 63빌딩이 보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여의도역까지 5분 내에 이동할 수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21일 찾은 노량진역. 역 바로 뒤로 63빌딩이 보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여의도역까지 5분 내에 이동할 수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교통 상황도 여의치 않다. 남쪽으로 뻗은 장승배기로와 철로와 같은 방향으로 난 도로 폭이 좁은 편이라 더 많은 유동인구를 수용하기 불편할 듯하다. 올림픽대로 나들목도 노량진역 바로 위에 만들어져 있어 추가적인 공사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노량진역보다 인근 1호선이 지나는 대방역이 오히려 철도지하화 수혜를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교가 있어 일찍부터 여의도 '관문' 이미지가 강했음에도 지상 철로 탓에 발전에 제약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노량진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철도가 없어지면) 거주환경이 좋아지긴 할테지만 역 근처는 대단지 아파트가 없고 오래된 상가도 너무 밀집해 발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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