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최근 5년간 실적 추이
적자 늪'에 허덕였던 남양유업이 수 년 만에 수익성 개선을 이뤘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고강도 체질 개선에 따라 줄어든 외형 규모는 물론, 전·현직 경영진 간 갈등이 지속되며 기업 이미지 쇄신 속도가 더딘 점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연결 기준 남양유업은 영업이익 5억900만원, 당기순이익 4000만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9년 2분기 이후 20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앞서 1월 말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체제 출범 후 6개월 만의 성과로, 사실상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란 업계 분석이다.
문제는 고삐 조이기로 내실은 챙겼지만 그만큼 매출 하락 등 체급이 낮아져 반쪽짜리 성공에 그친다는 점이다. 올 3분기 남양유업 매출은 약 2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4787억원을 거둔 상반기(1~6월) 매출도 전년 보다 4.5% 내려가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 경영진을 맞이한 이래 남양유업은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환경을 마련하고자 사업 효율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외식사업 부문에선 2014년 출시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커피 브랜드 '백미당'를 제외한 모든 사업을 종료했다. 2분기에만 기존 '일치프리아니', '오스테리아 스테쏘', '철그릴' 등의 외식사업을 정리했다.
백미당의 브랜드 경쟁력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 차원에서다. 남양유업은 구체적인 외식사업부 실적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백미당이 유일하게 인지도가 높고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브랜드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위해 최근 10년 만에 백미당 매장 리뉴얼 작업에 한창인 가운데, 백미당을 외식사업에서 떼어내 독자 운영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 10월 설립한 자회사 '백미당아이앤씨'로 연내 영업권을 양도하다는 구상이다.
남양유업의 또 다른 과제는 기업 이미지 쇄신이다. 오너 리스크로 얼룩진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고강도 쇄신안을 마련하는 등 준법윤리 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홍원식 전(前) 회장과의 소송전이 지속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올 3월 홍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지난 3년 간 이어진 법적 분쟁도 매듭짓는 듯 보였으나, 이후로도 전·현직 경영진 간 다툼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업계 지적이다.
실제 지난 5월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444억원의 퇴직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으며, 8월에는 남양유업이 홍 전 회장과 임직원 3인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9월에는 과거 홍 전 회장이 회사 이름으로 구매한 미술품 소유권을 놓고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홍 전 회장이 한상원 한앤코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남양유업 전·현직 간 다툼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업 이미지 제고에 지지부진한 속도를 보이면서 일각에선 한앤코가 부정적 기업 꼬리표를 떼기 위해 사명 변경 등 초강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의 과정으로 현재 홍 전 회장과 진행 중인 소송을 부정 이슈로 볼 필요가 없다"면서 “사명 변경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새롭게 나온 말은 없다. 아직 기존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