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B국민은행장에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가 내정되면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다음달 비은행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큰 폭의 인사를 예고했다. KB국민은행은 3년 만에 수장이 교체됨에 따라 젊은 인력들을 중심으로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전날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에 이환주 현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KB금융지주에서 계열사 CEO가 은행장으로 오른 것은 이 후보가 최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KB국민은행장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작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직에 오른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양 회장이 차기 국민은행장에 이 후보를 발탁한 것은 취임 2년차를 맞이해 KB금융그룹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환주 후보가 1964년생으로, 이재근 KB국민은행장(1966년생)보다 두 살 많다. 즉, 양 회장은 이번 인사로 나이와 관계없이 비은행계열사 CEO라도 경영능력이 입증되면 다른 계열사 CEO로 발탁될 수 있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이 후보가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점도 양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은 배경으로 꼽힌다. 이환주 후보는 KB국민은행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 스타타워지점장,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환주 후보자는 작년 1월부터는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명확한 방향성, 비전 제시로 신속하게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의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냈다. 요양 사업 진출 등 신시장 개척으로 경영능력도 입증 받았다는 평가다.
이환주 후보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특히 KB국민은행 인도네시아법인 KBI(옛 KB부코핀은행) 정상화, 흑자전환은 이 후보자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지위를 확보한 후 2020년 9월 추가 지분을 취득해 67%를 보유하며 계열사로 편입했다.
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 지분 인수 이후 수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부코핀은행은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코핀은행은 3분기에도 18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가 국민은행장에 이 후보를 발탁함에 따라 다음달 단행되는 비은행계열사 CEO 인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취임 2년차를 맞은 양종희 회장이 '인사 쇄신'에 신호탄을 쏜 만큼 계열사 CEO들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됐다.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김명원 KB데이타시스템 대표가 연말 인사 대상이다.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가 KB국민은행장에 내정되면서 KB라이프생명도 수장 교체가 확실시됐다. 이 중 김성현 KB증권 대표는 2019년부터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직에 오른 후 양 회장 취임 이후에도 연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