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가 취임 후 우리은행 조직을 기존 업무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쇄신하겠다고 예고했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내부통제를 우선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바꾸겠다는 포부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정 후보는 “우리은행을 많이 사랑해 주는 고객 여러분, (우리은행이) 지금 어려운 상황임에도 일단 저를 믿고 뽑아주신 우리 주주님들, 앞으로 저와 함께 일할 우리 동료들, 저희가 못했던 고객 신뢰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내부통제 관련 이론이 실제 영업점에서 가동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정 후보는 “이론적으로 우리은행이 굉장히 내부통제가 우수하고 잘 돼 있는 것도 있다"며 “우리 직원들이 일을 할 때 어떤 부분에서 과부하 걸리고, 이런 부분을 좀 덜어내서 진짜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예를 들어 시제 사고 발생 후 기존에 한 명 일했던 곳에서 갑자기 뒤에 '한 명 더 지켜라' 라고 하면 그 사람이 빠지면서 1시간을 또 빼야 한다"며 “전국 700개 점포에서 한 사람씩 뽑으면 700시간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물리적인 요소, 내부통제 이론과 좀 맞췄으면 좋겠다"며 “직원들도 업무부담보다는 내부통제가 더 우선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확보하는 게 제일 우선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구체적인 조직 쇄신 방안에 대해 “업무 중심으로 배치된 조직을 고객 중심으로 배치하려고 한다"며 “은행은 고객 중심으로 편제돼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많이 고려해 쇄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후보는 한일은행, 상업은행 출신 간 계파갈등과 온정주의에 대한 비판에는 “제가 한일은행 입행 2년 반만에 합병했다"며 “2년 반이면 사실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영업을 했다. 상업은행 출신이라고 영업 잘하고, 한일은행 출신이라고 영업 잘 하는 게 아니다"며 “영업은 영업이기에 저는 일 잘하는 사람을 기용하지, (출신은)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회장님의 금융 식견은 우리나라에서 톱 클래스"라며 “제가 감히 이론적으로 뭘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대신 저는 영업만 30년 했기 때문에 은행 영업, 특히 중소기업 영업은 제가 톱 클래스"라고 자부했다.
그는 “진짜 배워야 할 점도 많고, 이제 한 분야에만 있던 거를 넓히는 데서 (임 회장에게) 자문을 많이 구할 것"이라며 “이 부분을 저희 직원들에게 잘 소통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후보는 “우리은행의 가장 큰 경쟁력은 우리 직원들"이라며 “직원들이 지금은 갈피를 못 잡아서 우왕좌왕하지만 조만간 잘 이겨내고 저와 같이 고객을 위해서 충분히 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취임 후 성장 전략에 대해 “우리은행의 가장 강점인 기업금융을 트레이딩해서 좀 맞추려고 한다"며 “우리은행의 모태는 조선 상인들을 위해 시작된 기업금융"이라며 “직원들이 기업금융, 지금 힘들어하는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전 직원들이 (지원하는) 토대가 돼야 하지 않나"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 방향성에 대해 “은행업의 본질은 고객 감동, 즉 고객이 맡긴 돈을 잘 관리하고 고객이 필요로 할 때 내어주는 것"이라며 “그런 일을 하는 직원들에게 감동을 주는 방향으로 평가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고객 감동) 그런 거를 평가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금융그룹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우리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정 후보는 12월 중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 요건, 적합성을 검증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내년 1월 취임 후 2년 임기의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