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04일(수)



[이슈&인사이트] 6시간의 촌극, 비상계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04 11:02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밤새 안녕이라더니 오늘(4일)이 꼭 그 꼴이다. 동기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하자마자 방송에서는 윤 대통령이 긴급기자회견을 자처해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아우성이다. 지난달, 필자는 당시 김민석 의원의 계엄령 준비 주장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는 칼럼을 썼었다. 당시 논리는 헌법 제77조에 비상계엄 요건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와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매우 엄격하다는 점과 무엇보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는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계엄령은 선포됐고, 국회의 해제요구에 따라 불과 6시간 반만에 해제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도대체 윤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비상식적인 계엄령 선포라는 촌극을 벌인 것일까. 그는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라고 했는데, 비상계엄 이외의 방식으로도 종북세력 척결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니 결국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임이 명백하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하늘이 준 선물"과 같다. 우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촌극은 문자 그대로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다. 20% 선을 간신히 유지하던 대통령 지지도는 곤두박질칠 것이 분명하고 위헌적 계엄선포는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는 대통령 탄핵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동안 일부 의원들이 주장해 온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해 밀어부칠 계기를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제공했으니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더욱이 45년 만의 계엄령 소리를 들은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터이니, 이 대표의 대권가도는 제트엔진을 달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게 비상계엄은 더이상 윤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키려 하다가는 보수우파 세력 전체가 무너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국민의 분노를 달래고 차기를 노리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대표가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데 앞장서야 한다. 계엄선포 건의권을 갖는 국방, 행자부 장관의 해임과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를 건의하고,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4년 중임제 대통령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선거 주기 일치를 위한 임기 단축 등 오랫동안 국회와 학계에서 논의돼온 개헌을 야당과 함께 논의해 가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더이상 정상적인 통치가 불가능하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은 이미 심정적으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국제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죄인이 된다.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만들어 오면 이를 수용하고 사퇴할 것임을 천명하는 것이 그나마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들은 김건희 의혹, 명태균 사건을 비롯한 대통령 측의 문제들과 백현동, 대장동, 위례신도시, 성남FC 등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들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기소를 해야 하고, 사법부는 신속한 재판을 통해 법 앞에 특권은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이 제기한 수많은 탄핵사건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 국가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24시간 재판 체제를 가동해서라도 신속하게 모든 탄핵 사건의 결말을 내 국가기관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운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기틀을 마련하고 혼란 없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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