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국내 한 경제 전문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촌평했다.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에 노출된 한국 경제에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심화시켰다는 게 국내 거시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비판이다. 이번 사태로 한국의 대외신인도 저하, 외국인 투자자 이탈,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소비심리 위축, 내수침체 등 국내 경제를 둘러싼 모든 악재가 덮치면서 추가적인 경제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언론세미나에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 계엄 사태가 한국의 현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국가 신용등급을 바꿀 사유는 아니라는 취지다.
이는 국내 경제전문가들의 전망과 괴리가 크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 혹은 단기적인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국회 갈등이 심화되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국내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부터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들은 지금 코너에 몰려있는데, 정부의 예산안도 긴축으로 나왔고, 이 마저도 내년 초에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면 내수 경기를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은 무너지면 회복되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국회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별개로 국가 예산안의 정상적인 집행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관세 부과 등을 감안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외환, 금융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정치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환율이 절하될 수 있고, 환율 절하를 막다가 외환보유액이 많이 고갈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며 “만약 한국은행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외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부동산 시장 영향은 물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까지 가지 않겠나"고 짚었다.
그는 “최악의 상황은 가지 않겠지만 환율이 1450원 부근에서 등락할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앞두고 정당성을 가진 정치 집단이 탄생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이 빠르게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계엄 선포·해제는 결코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아니다"며 “야당에서는 탄핵을 밀어붙일 거고,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오기 까지 수 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윤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된다고 해도 윤 대통령은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지므로 정부 정책은 '올스톱'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교수는 “야당은 길거리에서 집회를 하며 자진해서 하야하라는 식으로 압박을 할 것"이라며 “정치 상황이 이러한데 경제가 잘 돌아가겠나"고 비판했다.
실제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한국에 대해 여행 경보, 주의보, 여행 자제 등을 발령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외환,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물가 영향은 물론 성장률 측면에서도 당연히 마이너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심리 위축, 소비 심리 위축, 내수 위축은 물론 한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줄어들 것"이라며 “국가 신인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