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너지경제신문 이재현 기자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사회적 취약계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진학경비(장학금)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광주희망사다리교육재단이 지원 대상자에게 '가난을 증명하라.'고 해석될 수 있는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옛 관행을 그대로 유지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OECD 프라이버시 가이드라인 등 국제기준과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법에 규정된 핵심적인 정보인권 보호 원칙에 비춰볼 때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수집해야 한다는 기준 이상을 요구한다는 지적이다.
10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학사모)은 희망사다리교육재단이 대학진학경비 지원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 범위 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학생들의 어려운 가정환경과 경제 상황을 드러내게 함으로써 자존감을 훼손할 우려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희망사다리교육재단은 고등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2024년도 대학 진학경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2024년 기준중위소득 80%이하 △긴급재난, 불의의 사고, 생활 형편, 기타 등의 사유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로 한정했다.
이 사업은 국내 대학 진학자 50명(1인당 100만 원)과 국외 대학 진학자 10명(1인당 500만 원)을 대상으로 총 60명 내외의 학생을 지원한다.
그러나 희망사다리교육재단은 지원(추천) 신청 시 부모 등 가족구성원의 직업·직장명, 학생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작성하고, 가계 곤란이나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학 진학자를 대상으로 월세 계약서, 부모 직장 등록금 지급 확인서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포함한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사모는 “장학금 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봤을 때, 장학금 심사·지급에 필요한 학생 본인과 가구의 경제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민감한 개인정보는 '가난을 증명하라.'는 요구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중 지원을 방지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학사모는 이어 “광주희망사다리교육재단의 각종 장학 사업을 통해 공정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재육성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부와 참여를 통해 재단이 튼튼히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장학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가정형편을 증명해야 하는 기존 관행은 지양하길 바란다"며 “재단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수집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11월 교육부 장관 및 시·도교육감에게 대학 장학금 신청 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수집하도록 대학 및 장학재단 등에 안내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며 “신청 학생의 경제적 상황 파악은 객관적 자료를 활용하고, 자기소개서는 신청 학생이 어려운 가정형편 등을 기재 하는 관행을 지양하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