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최근 임명된 에너지공기업 사장단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공기업 사장단에 사퇴를 강요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 및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통령이 임명한 공기업 사장단에도 사퇴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과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 김준동 한국남부발전 사장은 지난달 4일 취임해 이제 갓 한 달이 지났다. 이정복 한국서부발전 사장, 이영조 한국중부발전 사장은 지난 9월 30일 취임했다. 이들 사장단의 임기는 3년으로 윤석열 정부의 남은 임기보다 길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2023년 9월20일 취임),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2022년 12월 9일 취임),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2022년 11월 18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2022년 8월 22일 취임)도 임기가 1~2년가량 남아있다.
이들의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이들의 임기 완수에도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당시에도 임기가 남았던 에너지공기업 사장단이 일괄 사표를 내고 물러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를 지칭한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산업부 국장급 간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한전 산하 발전사 4곳의 사장을 서울 광화문의 호텔로 불러 사퇴를 종용했고, 당시 임기가 1년 4개월~2년 2개월 남았었음에도 모두 사표를 낸 사건이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측은 '탈(脫)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공공기관장들의 사직을 압박한 '블랙리스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블랙리스트란 '국가 권력이 정책이나 생각이 다르다는 등의 부당한 이유로 특정인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만든 명단'을 말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 사건을 조사한 여파로 지난 정부 후반부에 임명된 공기업 수장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물러나지 않고 임기를 마쳤거나 아직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은 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쳤기에 공기업 사장단도 임기를 채울 수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공기업 사장단이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소야대 정국이라 사퇴압박은 더욱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에너지정책은 일관성,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권에 상관없이 수장을 계속 유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