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로보틱스 로봇
두산로보틱스가 지난해 상장 당시 천명했던 로봇 기업의 인수·합병(M&A)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올해 연말까지 2500억원을 인수 자금으로 투입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지만 1년 만에 감감무소식이 됐다.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으로 그동안 검토해왔던 M&A가 사실상 지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그 사업구조 재편마저 최근 좌초되면서 제대로 진행된 성장 전략이 없는 형국이 됐다는 점이다.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넘겨받는 사업구조 재편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M&A 지연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이마저도 표류한 탓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한 직후 제대로 성장 전략을 추진하지 못한 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당시 적극적 M&A 천명했지만 1년 동안 감감무소식
17일 두산로보틱스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성과를 밝힐 수 있는 자체 M&A 추진 사례가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사된 M&A가 없는 것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 중 2850억원을 '타법인 인수자금'으로 배정했다. 시기별로 지난해 250억원, 올해 2350억원, 내년 250억원을 M&A에 투자한다는 계획이었다.
두산로보틱스는 자신의 주력 사업인 로봇 암(Robot-Arm)과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율주행로봇(AMR) 분야를 특히 주목해왔다. 실제 두산로보틱스는 유럽 물류 로봇 솔루션 시스템통합(SI) 업체에 지분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상장 당시 두산로보틱스 측은 “전략적 제휴, 합작 투자, 소수지분 투자, 인수,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포함한 전략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으며 그 중 일부는 규모가 상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말까지 전혀 자체 M&A가 추진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자금 중 가장 많은 235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연말까지도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250억원을 합쳐 2500억원의 투자 계획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M&A가 지연되는 것은 두산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두산밥캣 등을 분리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만드는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집중하느라 M&A가 지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만든다면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서는 시너지 창출 등을 계획하기에 바쁠 수밖에 없다.
◇그룹 차원 사업구조 재편도 좌초…내년 초까지 혼란 이어질 수도
문제는 최근 이 같은 사업구조 재편이 결국 좌초됐다는 점이다. 두산로보틱스·에너빌리티·밥캣 등 3사는 최근 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하기 위해 마련한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등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도 사업구조 재편 작업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지난 11일 1만7180원으로 지난 3일 2만1150원 대비 일주일 만에 18.77% 급락했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분할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 탓이다.
결국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가져오지도, 지난해 상장 당시 계획대로 대규모 M&A를 단행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도 못한 셈이 됐다. 상장 직후 1년이라는 중요한 시간 동안 제대로 성장 전략을 수립·추진하지 못한 것과 동일한 상황이다.
현재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이 좌초된 후 새로운 미래 성장 전략을 쉽사리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초까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져 두산로보틱스도 과감하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는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적기에 활용해 M&A를 진행해야 제대로 성장 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라며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가져왔다면 재무적 개선 효과가 있었겠지만 이마저도 좌초되면서 상장 직후보다 상황이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