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으로 1450원을 돌파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은행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 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안정, 국내기업 등 실물경제 지원 역량을 강화하고자 이러한 내용의 조치를 19일 발표했다.
당국은 이달 4일과 9일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 이달 10일 개최된 금융업권 CFO 금융상황 점검회의 등을 통해 금융사들이 건의한 사항 중 바젤Ⅲ 등 글로벌 기준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동성, 재무안정성 여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마련했다.
우선 금융권의 건전성, 유동성 여력을 강화하고자 올해 도입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의 도입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중 도입 시기, 방법을 재검토해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는 17개 국내은행과 8개 은행지주회사 등 은행권이 위기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고자 필요한 자본을 추가로 적립하는 제도다.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위기상황분석)에 따른 보통주자본비율 하락 수준에 따라 기존 최저자본 규제비율에 더해 최대 2.5%포인트(p)까지 차등해 추가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당초 금융당국은 연내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연말부터 스트레스 완충자본 추가 적립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또한 당국은 은행권의 외환포지션 중 해외법인에 대한 출자금과 같은 비거래적 성격의 외환포지션(구조적 외환포지션)의 경우 단기적인 환율변동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성이 낮은 점을 고려해 환율변동 등에 따른 시장리스크를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보험사의 증권시장 안정펀드 잔여매입약정금액(미사용금액)에 대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위험액 반영 수준도 절반으로 하향하기로 했다. 증권시장 안정펀드 조성액 중 보험사의 매입약정금액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보험사의 채권시장 안정펀드 잔여매입약정금액에 대해서는 위험액 반영 수준을 절반으로 하향하는 조치가 이미 시행 중이다.
이와 함께 금융업권의 실물경제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해 국내기업에 대한 대출, 투자 관련 부담 완화 조치도 마련했다. 현재 일괄적으로 위험가중치 400%가 적용되고 있는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신기술사업금융사(신기사)펀드, 벤처펀드 등 투자조합 등에 대해서는 실제 투자된 자산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위험가중치는 채권 20~150%, 주식 100~400%, 부동산 20~150% 등이다.
당국은 국내 기업이 해외 외부 신용평가기관에서 평가받은 평가 등급을 위험가중치 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현재 국내 외부신용평가기관(ECAI)의 신용평가등급이 없는 국내기업에 대해서는 '무등급'이 적용돼 해당기업 대출, 채권에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되고 있는 점을 개선하는 것이다.
아울러 비금융 일반지주회사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기타 금융업'이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시장위험가중자산 산정시 비금융 지주회사의 채권에 높은 위험가중치를 산정 비율을 적용해야만 하는 점도 개선한다. 앞으로 비금융 지주회사의 주요 수익원, 재무적 특성, 자회사의 업종 등 실질을 고려해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날 발표한 조치들을 즉시 시행하되 기준 마련,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내년 1분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확충된 금융회사들의 재무 여력이 금융안정과 국내기업 등 실물경제 지원에 충실히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며 “향후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필요시 추가적인 대책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