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전동화 시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쏟아지는 낯선 전문 용어들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카워드'는 자동차와 관련한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관련 업계 동향을 함께 소개해서 독자들이 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하이브리드차 3대 기술의 차이점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 사진=이찬우 기자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하이브리드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겉보기에는 모두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구동 방식과 기술, 활용성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하이브리드차의 다양한 종류와 기술, 그리고 시장을 이끄는 브랜드들을 집중 조명한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하이브리드차 시장 점유율은 26.5%를 돌파했다. 더불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 판매가 전기차를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배터리 원가 부담 등으로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면서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차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브리드(hybrid)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요소를 둘 이상 뒤섞은 것을 의미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와 휘발유 등 두 종류 이상의 동력원을 번갈아가며 사용할 수 있어 연료비 절감에 효과적이다.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각 종류마다 구동방식과 구조가 달라서 연료비 절감 효과도 상이하다. 이같은 이유로 이용자의 수요에 맞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매해야 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MHEV)

▲지난 3일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가 푸조 '올 뉴 3008' 스마트하이브리드 모델 공개행사서 신차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찬우 기자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에 48V 소형 전기모터와 소형 배터리를 추가한 구조다.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해 출발·가속 시 연비를 높이고, 정차 시 엔진을 자동으로 꺼 연료 소모를 줄인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은 불가하며, 구조가 단순해 가격이 저렴하고 기존 내연기관차 설계를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벤츠, 볼보, 레인지로버 등 유럽 브랜드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다.
최근엔 프랑스 브랜드 푸조가 보다 발전된 MHEV인 '스마트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보이며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1.2L 가솔린 엔진과 48V 리튬이온 배터리,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e-DCS6)를 결합해 시속 30㎞ 이하 저속 구간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하다. 도심 주행 시간의 최대 50%를 전기 모드로 운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풀 하이브리드 (HEV/FHEV)

▲혼다 CR-V 하이브리드. 사진=이찬우 기자

▲토요타 크라운. 사진=이찬우 기자
내연기관과 대형 전기모터, 중형 배터리를 탑재해 저속·정차·출발 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고속·가속 시에는 엔진과 모터가 함께 작동하며, 배터리는 회생제동으로만 충전된다.
연비 개선 효과가 크고 별도 충전이 필요 없으며, 토요타(프리우스, 캠리), 현대(그랜저, 쏘나타, 싼타페), 기아(니로, 쏘렌토), 혼다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풀 하이브리드지만 토요타, 혼다, 현대차의 기술도 자세히 보면 다르다.
토요타는 '직병렬형(파워스플릿)' 구조를 채택한다. 엔진과 두 개의 모터가 동력분할기어를 통해 결합돼,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과 모터가 독립적이거나 동시에 바퀴를 굴린다. 저속이나 출발 시에는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고, 변속기 대신 전자식 무단변속기(e-CVT)를 사용해 부드러운 주행감과 높은 연비를 구현한다.
혼다는 '2모터 직렬·병렬 전환형' 시스템을 쓴다. 저속이나 일상 주행에서는 엔진이 발전만 담당하고, 모터가 직접 바퀴를 구동한다. 고속이나 고출력 상황에서는 엔진이 직접 바퀴를 굴리며, 필요에 따라 모터가 보조 역할을 한다. 이 방식은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감과 높은 효율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다.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바퀴를 구동하며, 일반 자동변속기(AT/DCT)를 사용해 빠른 응답성과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강조한다. 구조가 단순해 경량화와 비용 절감에 유리하며, 다양한 차종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PHEV)

▲볼보 XC60 PHEV. 사진=이찬우 기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풀 하이브리드와 작동 방식이 동일하지만 외부 전기 충전장치가 달렸고 전기만으로 약 50㎞ 정도 주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내 주행 시 전기차와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어 유류비를 매우 아낄 수 있지만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됐기 때문에 전기 충전이 필수적이다.
다소 귀찮음이 있지만 단거리 주행이 잦은 소비자에게 적합한 모델이다. 반면 국산 모델이 없고, 대용량 배터리 등으로 인해 다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토요타(프리우스 PHEV), BMW, 볼보, 벤츠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강자는?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의 원조이자 글로벌 1위 브랜드로, 올해 1분기(1~3월) 미국 시장 점유율 약 57%를 기록했다.
2위는 혼다로 CR-V, 어코드 등 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차·기아가 그랜저, 쏘나타, 니로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글로벌 3위를 차지하고 있다. BMW, 볼보 등은 플러그인·마일드 하이브리드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는 현실 속에서, 각기 다른 하이브리드 기술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며 “마일드, 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각 기술의 차이를 이해하고, 자신의 주행 환경과 예산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