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중대형 평형 주택의 존재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소형 평형이 '대세'로 떠오른 탓에 일부 지역서 품귀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건설사들 역시 수요는 꾸준하다는 판단 아래 조심스럽게 물량을 늘리며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아파트가 '국민평형'으로 자리잡으면서 중대형 아파트 공급량은 최근 들어 계속 줄었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전용 85㎡ 초과 아파트는 11만2224가구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공급량(98만6039가구)의 11%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사들은 60~85㎡ 이하 크기 아파트를 67만3936가구(68.4%) 공급했다. 60㎡ 이하 소형 아파트도 19만8279가구(20.1%)로 중대형 평형보다 훨씬 많았다.
공급이 부족해지며 희소성이 조금씩 부각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공급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전용 94㎡는 1순위 청약에서 5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서 분양한 '프레스티어자이' 전용 99㎡는 206.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3BL)' 전용 101㎡(51.29대 1)도 인기를 끌었다.
지방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난 6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2가에 분양한 '에코시티 더샵 4차' 전용 110㎡는 970대 1의 경쟁률을 보여줬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매가도 영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전국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를 보면, 지난 2020년 1952만원에서 이달 중순 2323만원으로 약 19.01% 상승했다. 이 시기 전체 아파트 평균 상승률은 9.41%였다.
건설업계는 새 아파트를 공급하며 중대형 평형의 '희소성' 가치를 부각하는 모습이다. 대우건설은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 아산 탕정테크노 일반산업단지 C1블록에 '탕정 푸르지오 센터파크'를 분양하며 △109㎡ 240가구 △136㎡PH 5가구가 공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59㎡ 크기부터 총 1416가구가 들어서는 대단지로 근처 발전 가능성이 커 현지에서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산 탕정테크노 일반산업단지는 공공택지 지역으로 해당 아파트 역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태영건설은 다음달 대구광역시 동구 신천동 일원에서 '더 팰리스트 데시앙'을 분양할 계획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20층, 8개 동, 아파트 418세대(전용면적 100~117㎡), 오피스텔 32실 (전용면적 97·109㎡) 규모로 조성된다. 100% 중대형 면적으로 돼 있다는 게 눈길을 잡는다. 태영건설은 서울 강남권 고급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커튼월룩 고급마감특화 설계를 적용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 일원에 상봉9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으로 '더샵 퍼스트월드 서울'을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지하 8층~지상 49층, 5개 동, 전용면적 39~118㎡, 공동주택 총 999가구 규모다. 대형 물량은 △98㎡ 346가구 △118㎡ 84가구 등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전용면적 98㎡, 118㎡ 타입의 경우 계약금을 5%로 적용했다. 또 계약금 1차는 5000만원, 계약금 1차분을 제외한 잔금은 30일 이내에 납부하도록 해 수요자의 금융비 부담을 낮췄다.
신동아건설은 27일 인천광역시 서구 마전동 일원 검단신도시 AA32BL에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견본주택을 열었다. 이 곳은 △98㎡ 193가구 △110㎡ 8가구 등 대형 평형이 마련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대형 아파트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데 서울원아이파크처럼 미분양 우려가 있어 물량이 확 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수요는 여전히 높아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