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포스코퓨처엠이 실적 악화에 빠지면서 지주사인 홀딩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종전까지 포스코퓨처엠이 홀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를 진행해왔으나 최근 실적 악화가 심각해지면서 포스코퓨처엠 대표를 임기 1년도 채우지 않고 전격 교체한데 이어 포스코홀딩스가 직접 포스코퓨처엠 자금 조달까지 챙기는 등 육성방안에 변화가 감지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의 육성을 놓고 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조원 넘게 남은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캐즘 이어 중국·트럼프 변수로 업황 악화…CEO 교체 강수
실제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3분기 매출 9228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3분기 1조2858억원 대비 28.23% 줄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으나 지난해 3분기 371억원 대비 96.23% 급락했다. 누적 3분기(1~9월) 영업이익도 지난해 1095억원에서 올해 42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는 올해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면서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도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문제는 캐즘이 종식되고 수요가 정상화되더라도 반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경쟁사들이 대규모 저가 제품을 쏟아내고 있어 고객을 늘려가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내년 취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배터리 산업을 적대시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변수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포스코퓨처엠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2조원 이상 설비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와 올해 지속적으로 차입금을 늘려왔다. 포스코퓨처엠의 차입금 규모는 지난 2022년 말 1조3853억원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3조7540억원으로 21개월 만에 170.99% 늘었다. 업황 악화와 이미 조달한 차입금이 쌓여 재무구조 악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퓨처엠 대표 교체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최근 단행된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올해 2월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대표를 엄기천 에너지소재사업부장(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유 대표는 임기 10여개월 만에 용퇴하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신상필벌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나란히 실적이 좋지 않은 포스코와 포스코이앤씨 등 주력 계열사 대표도 10개월 만에 일제히 교체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자체적으로 했던 자금조달, 이번엔 홀딩스가 직접 나서
그러나 포스코퓨처엠의 자금 조달 움직임을 살펴보면 포스코그룹의 자세 변화가 감지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세 차례 자본 조달을 진행해왔다. 지난 7월에는 6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지난 8월에는 IBK투자증권 통해 김치본드 6000만 달러(한화 88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이는 포스코퓨처엠이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달 포스코퓨처엠의 6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직접 나섰다. 포스코홀딩스가 6000억원 물량 중 5000억원을 인수키로 했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이 이자 지급을 선택적으로 연기할 수 있고 연기하는 횟수에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은 옵션을 가지게 된 것도 포스코홀딩스가 물량 대부분을 인수했기 때문에 가능한 조건으로 분석된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 형태로 발행되지만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매우 길어 조달 자금을 모두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증권이다. 주식(자본)과 채권(부채)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채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만 만기가 길어 이자 부담이 큰 경우가 많다.
실제 올해 포스코퓨처엠에서 발행한 녹색채권의 발행금리는 3년물과 5년물이 각각 3.484%와 3.593%로 높지 않다. 반면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4.638%로 높은 편이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278억원을 이자비용으로 지급해야 한다.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포스코퓨처엠 입장에서는 당기순손실의 위협도 있다. 하지만 업황 악화 시기 이자 지급을 연기하고 향후 호황기에 이자를 지급하면 되기에 큰 부담이 없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배터리 자회사가 스스로 증설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업황이 악화되면서 이제는 대주주가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포스코홀딩스도 비슷한 고민 끝에 스스로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