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2024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미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이를 깨고 독보적인 성장을 또다시 보여준 것이다. 다만 미국 경제 주요 부분에서 균열이 발견되면서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2.8%로 전망됐다. 이는 직전 보고서(7월) 대비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고용시장 둔화,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 등 다양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2%대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다음으로 성장률이 높게 전망된 G7 국가는 캐나다(1.3%)였고 프랑스(1.1%)와 영국(1.1%)이 그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와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0.7%, 0.3%로 예측되는 등 0%대 성장이 예상됐고 독일은 정체(0.0%)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미국 경기가 탄탄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 활동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증가해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전망치(0.5%)를 웃돌았다.
과열된 노동시장이 일부 냉각됐음에도 임금이 물가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는데다 미국 가계 순자산이 사상 최고로 불어난 점이 소비활동을 견인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올해 가계 지출이 2.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올 연초 당시 예측된 수치 대비 약 두 배다.
실제 연준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미국 가계 순자산은 전분기 대비 2.9% 증가한 168조8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주식 보유 가치가 3조8000억달러 증가해 순자산 증가분의 80%에 달하는 부분을 차지했다. 미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인공지능(AI) 붐 속에 최고가를 계속 경신하며 올해 25% 가량 급등했다.
다만 미국 경제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는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자산 가격 상승으로 부의 효과를 누리는 고소득층에 의해 주도된 것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축적된 저축액이 대부분 소진되자 소비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신용카드와 대출 등에 의존해왔는데 연체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소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노동시장의 경우 비농업 일자리 증가율이 하락 추이를 이어가고 있는 동시에 실업률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실업률이 4.3%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가 '삼의 법칙' 기준으로 침체에 접어들기도 했다. 삼의 법칙은 실업률 추이를 이용해 미국의 경기침체를 가늠하는 지표다.
심지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업자들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직활동 중인 약 700만명 중 40% 이상은 15주 넘게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플레이션의 경우 하락세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1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2.8%로 나타났다.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 6월 2.6%까지 하락세를 이어간 바 있다. 이에 연준이 내년엔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 조절을 시사했는데 이는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고금리 여파로 타격을 입었던 주택시장, 제조업체 등의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달 공식 취임하는 점이 미 제조업계의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내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업계에선 그의 관세, 이민, 감세 정책들이 인플레이션을 자극시켜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