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음식점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면서 잇단 계엄령 파동, 탄핵정국 혼란에도 연말연시 특수를 바라던 외식업 등 소상공 자영업인들의 일말의 기대감마저 물거품에 이를 지경에 처했다.
잇단 정치권 악재에도 불과 일주일 전까지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회식을 장려하는 분위기였지만 여객기 참사 애도기간의 선포로 공무원 회식 금지, 지방자치단체 행사 자제 등 지침이 하달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말 그대로 '최악의 연말'을 맞이할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3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최대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연말 회식 및 단체 주문이 취소됐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자영업자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여객기 추락 사고에 애도하는 마음을 전하면서도 자신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일반 먹자골목 상권이나 동네 상권은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으나, 관공서 및 대기업 상권은 그야말로 '초토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관공서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한 자영업자는 “근처 관공서 예약 같은데 4명씩 3팀이 '노쇼'"라며 “국가애도기간이라 연락조차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치킨집을 하는 다른 자영업자도 주문 취소 연락을 받았다면서 “예약자에게 사정 상 주문 취소는 어렵다고 했더니 '그럼 그냥 (진행)해달라'고 해서 마음이 좋지 않다"는 심정의 글을 올렸다.
다른 글쓴이 역시 “사고 기사를 보고 많이 울었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 생계는 생계"라며 “연말 특수도 없었는데 연초 특수까지 없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과거 국가애도기간에는 외식업계가 어떻게 대응했는 지를 묻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해당 글에는 “매출은 정말 포기해야한다"며 “이태원 참사 직후 국가애도기간 당시 그냥 가게 문을 닫고 애도에 동참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다른 글쓴이는 “매장 내 너무 밝은 음악을 틀지 않도록 신경쓰면 될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처럼 내수·소비 진작을 위해 회식을 적극 장려해 왔던 경제계도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기로 해 소상공인들의 어깨를 더 짓누르고 있다.
당초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부터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골목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애도기간 선포로 연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오는 1월 3일 연례행사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 개최 여부를 고심하다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