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요금이 오르면 국민적 반감이 커질 수 있다." “기업이 더욱 자유롭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거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 등 정세가 불안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시장에도 차질이 생기거나 반대로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RE100에 회의적인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송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력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RE100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윤 정부에서 RE100의 대안으로 제시한 CF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원전, 청정수소 등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강조하고 있다.
RE100에 우호적인 전문가들은 RE100은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에 따라가는 흐름 속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캠페인이라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자유롭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도록 해주면 기업들이 RE100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저울질해서 알아서 RE100을 실천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경제는 지난 26일 RE100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로부터 시장 전망과 정책 개선점을 듣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이하 유)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이하 최)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이하 진)가 참석했다.
◇ “RE100 정권에 따라 큰 변화 없을 듯"···“2~3년은 어려을 것"
- RE100의 전망에 대해 듣고 싶다.
▲ 진: 뉴욕에서 RE100 인센티브가 출범한지 올해로 10년, 우리나라에는 도입된지 딱 5년이 됐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상당히 도전적이고 야심차게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트럼프나 우리나라 정권에 변화가 있다 해서 RE100에는 큰 변화가 없을 거라 본다.
RE100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돈을 더 벌려고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기후 리스크를 없애고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된다고 보기에 비싸더라도 재생에너지 전기를 쓴다
▲ 최: 친환경 깨끗한 에너지로 100%가 된다면 누가 마다하겠나. 하지만 지금 시장 상황은 조금 어렵다. 올해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와 미국 대선이 있었다. EU 의회는 극우와 우파가 득세를 하고 지지세력이 유지되고 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에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트럼프 인수위 전환팀에 전부 기후위기가 사기라는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석탄발전에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알아서 그냥 폐지했다. 유럽 같은 경우도 탄소국경세, 산림 벌채법 전부 연기되고 있다.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이 자본 집약적 산업이라 금리에 취약하다. 최근 금리가 너무 높고 공급망 비용이 한 40% 정도 올라가니 기업들도 프로젝트 자체를 줄이고 있다.
공급망, 고금리 문제가 해소되면 RE100이 다시 추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향후 2~3년은 굉장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유: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RE100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삼성전자로 예를 든다면 애플 때문이다. 애플이 RE100을 안하면 납품을 안받겠다고 하니까 그렇다. 아모레퍼시픽도 RE100에 가입했는데 로레알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다. 로레알이 RE100을 선언하니 우리가 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이 안팔린다는 것이다.
RE100도 중요하다. 다만, RE100은 온실가스 저감이 목표이기 때문에 결국 무탄소, 저탄소 전원을 폭넓게 인정하는 형태로 확대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에서 원전 전기를 쓴다. 아마존도 미국 정부에 원전 전기를 더 달라고 요청했다.
◇ “재생에너지 전력 보낼 송전선로 부족…정치권 해결 어려워"
- 송전망 등 전력인프라 구축 지연으로 RE100이 잘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 전기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사업들의 신규 허가 신청 건수 가운데 많은 건들이 불허되고 있다.
송전선로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 풍력 대부분 다 호남하고 영남에 집중돼 있는데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선로가 부족하다. 단기간에 확충하기도 어렵다.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탄력을 받기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반면에 이걸 더 중요시 여길 거라는 지적도 있긴 하다.
▲ 최: 계통문제는 RE100 찬성이나 반대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시선은 발전부분에 제한돼 있다. 발전소를 늘리려고 서로 격돌하는 데, 실질적 문제는 계통에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계통 문제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그렇다. 유럽이나 미국을 포함해 계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빨라야 10년 이상, 거의 20년 걸린다.
이미 외국에서는 님비가 아닌 '바나나'를 얘기한다. 님비는 우리집 앞마당은 안되지만 다른 곳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나나는 그냥 어디에든 아무것도 짓지 말라는 의미다. 송전망의 지역 수용성이 굉장히 떨어졌다.
우리가 돈을 얼마나 내야 하느냐도 문제다. 지난 정권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 1248조원이 들어간다 했다. 이것을 인구 50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2500만원이다. ESS까지 안가더라도 송전망 구축에 한전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100조원이 된다고 한다. 이것도 최소한이다.
계통 확대 비용으로 전기요금이 점차 오르기 시작하면 국민적 반감이 심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 진: 기업재생에너지재단에서 RE100 매칭 포럼을 하고 있다. RE100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이 없어서 구매를 못하고 있다. 실제로 가격도 많이 올랐다.
전력인프라는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RE100이 탄력 받기는 어렵다. 단기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거버넌스 문제인 것 같다. 거버넌스가 민간에 더 이전돼서 민간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에너지에 정치가 끼어있다 보니 전문가들과 공무원도 움직이지 않는 게 학습돼 있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는 게 아쉽다.
-윤석열 정부는 RE100 대안으로 CF100을 제시했다.
▲ 유: 문재인 정부 때 재생에너지가 연간 3.5기가와트(GW)씩 늘어났다. 윤 정부 들어서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됐는데 거기에는 연간 5.3GW 목표로 잡았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는 연간 6.3GW로 또 올랐다.
윤 정부가 오히려 문 정부보다 공격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제시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서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 한들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다.
윤 정부에서는 RE100 대안으로 CF100을 제안했다. 동양에서 글로벌 규범을 얘기해서 된 사례는 거의 없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얘기해서 된 거는 없다. 일단 윤 정부에서는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관심을 보이고는 있다.
CF100은 개별 국가의 인정보다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인정해야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진: CF100이라도 잘됐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CF100도 기업들 평판이 올라가면 하는 거고 떨어지면 안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하는 CF100이 글로벌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겠는가 궁금하면 애플, 삼성, 현대차에 물어보면 된다. RE100은 규제가 아니다.
▲ 최: 유럽에서는 지금 재생에너지파하고 원전파가 싸우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쪽은 재생에너지를 넓혀야 한다는 쪽이고 프랑스는 원전으로 가자는 쪽이다.
정권에 상관없이 시장에 따라 에너지정책이 흘러가면 좋은데 트럼프가 가진 파워가 너무 세다.
미국 공화당은 올해 초에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서한을 보내면서 재생에너지를 옹호하느라 전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왜곡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등을 어떻게 썼는지 보고하라고 압박했다.
RE100이던, CF100이던 기후의제가 트럼프 2기에서는 지금처럼 메인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유: IEA 밑에 청정에너지장관회의(CEM)가 있는데 거기서 CF100이 공식적으로 의제로 채택됐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동 의장국이 됐다. 내년이 한일 수교 60주년이고 APEC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니 한번 CF100으로 글로벌 규범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APEC 정상회의에서 탄력을 받으면 CF100으로 갈 수도 있고 못받으면 좌초될 것 같다.
◇ “기업들에게 전력 살 자유 줘야…재생에너지 비용 낮추는 게 관건"
-RE100 활성화를 위해 개선해야할 정책은 무엇이라 보는가.
▲ 진: RE100을 할 때 재생에너지는 기업 의지로 빠르게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원전은 새로 들어오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
RE100을 할때 자꾸 정부 정책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RE100의 전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다. RE100 관려해서 정부한테 해달라는 건 없다. 단지 전기를 사고팔 때 자유롭게 해달라는 거다. 자유롭게 거래를 해달라는 건 어떻게 보면 보수 정부의 정책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교해보면 거기서는 되는 데 국내는 안되는 게 태반이다.이번 정부 들어서 RE100이 오히려 잘될 줄 알았다. 전력시장의 자유는 보수정부의 색깔과 잘 맞는다.
최근 HD현대와 영암군하고 얘기를 해본 적이 있다. 영암군에서 영암호 태양광을 개발하고 민원과 계통 해결해서 HD현대에 일반 전기보다 더 싸게 공급을 해주겠다고 했다. 해남군에서도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치할 때 일반 산업용 전기보다 더 싸게 해주겠다고 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165원이 넘어가지 않았나.
재생에너지 사업은 발전사업자가 지역 혜택제공 없이 발전만 하니까 민원이 생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일부 공장을 RE100 발전지역으로 옮긴다고 하면 이를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발전사업자와 기업의 개념하고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정의가 많이 다르다.
지자체 차원에서 주민들의 의식 전환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이뤄어지도록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 최: 우리나라가 제조업 기반이다 보니까 굉장히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태양광과 풍력이 우리나라 제조업에 100%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로 보급이 될수 있을 것인가가 걱정이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랑 변동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백업 전원이 필요하다. 지역 수용성 문제를 해결해도 비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일단은 송전망부터 구축을 빨리해야 할 것 같다.
▲ 유: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 재생에너지도 급전 지시에 따라 가동되는 중앙급전화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급전지시로 재생에너지를 껐다, 켰다 해야 되고 배터리를 설치해서 전기를 저장하고 보내기도 해야 한다. 또한, 경매제도가 도입돼서 현재 가격을 좀 낮춰야 된다고 본다.
정부가 추진하는 CF100도 나름 의의가 있다. 다만 우리 혼자만 주장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일본 제조기업들도 참여시키고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 진: 현재 재생에너지 전력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 때문에 비싼 것이고 RE100하고는 상관이 없다. RE100에서는 가격 결정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도 구매하지만 대부분 전력구매계약(PPA)이다. 기본적으로 RE100을 하는 기업들은 RPS를 없애기를 바란다.
▲ 유: 우리가 모델로 얘기하는 게 호주를 보면 청정에너지공사를 설립했다. 우리나라도 그런 공사를 만들어서 재생에너지를 만들고 PPA를 하고 그런 전략은 어떻겠는가.
▲ 진: 재생에너지 입장에서 RPS와 같이 어떤 제도라도 다양하게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일반 전기 소비자의 부담을 갈수록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최: 시장에서 기존 플레이어들과 신규로 들어오는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이끌어주면서 잘 나가야 하는데 실제로 보면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용량은 고정돼있다 보니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들어올 수록 시너지가 나면서 이익이 많아지는 게 아니다.
최근 풍력이 대형화되면서 결함이 발생했다. 결함이 발생하니 설치선, 부품 운반비용 등을 포함해 비용이 더 올라갔다.
지멘스에너지가 2026년까지 우리가 계속 손실을 봐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RE100을 달성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금 유럽에서 바람이 없고 햇빛도 없는 둥켈플라우테가 이슈다. 태양광과 풍력 전력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11월 둥켈플라수테로 전력도매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1000유로로 올라갔다. 전력도매가격에 1000유로를 넘긴 건 2021년 에너지 위기 이후 처음이다.
재생에너지가 클린에너지라는 데에는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를 급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방법론이 잘못돼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그런 문제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유럽과 미국과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발생할 수 있다.
▲ 진: RE100 문제는 정치적 논쟁에서 빠졌으면 한다. RE100은 기업들이 안하면 힘들다니까 하는 것이다. 특별하게 세금이 들어간다면 문제지만 자기 비용으로 하겠다는데 그것까지 못하게 안 도와줄 이유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