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초유의 '1인 4역'을 맡으면서 국가 컨트롤타워 부재와 대외신인도 저하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당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자진 사퇴한 가운데 전남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정국 불안은 더욱 고조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재판관 공석 3명을 임명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큰 만큼 사실상 최 권한대행이 '내란 사태' 수습의 키맨으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5.0원 오른 1472.5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5원 오른 1475.0원에 거래를 시작해 1466.70원까지 하락했다가 1470원대 초반 수준을 유지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27일 장중 1486원을 돌파하며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어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경계감은 한껏 고조됐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480원 수준의 환율은 트럼프, 연준발 달러 강세 베팅 속 국내 펀더멘털 악화, 정치적 불확실성을 모두 반영한 레벨"이라며 “지금은 대내 정치 불확실성이 환율의 단기 변동성을 높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상목 권한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국무총리 직무대행,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따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경제부총리까지 1인 4역을 맡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환율이 정치적 이슈에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경제현안 대응에 허점이 생겼다는 점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일명 'F4' 회의에 최 권한대행이 참석하지 못하면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주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총재와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회의에서 “국제사회가 한국의 국정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안정을 찾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우리 경제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어 국내 정치상황이 조속히 안정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재판관 공석 3명을 임명하라고 재차 압박할 태세다. 이미 야당은 최 부총리가 임명을 거부할 경우 곧바로 탄핵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현재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추후 최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압박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헌법재판관 공석 3명을 임명하는 것이 권한대행의 당연한 의무"라며 “임명 시한을 지금 당장 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수습과 내란 해소는 병행될 수밖에 없다"며 “국가의 가장 큰 위기를 초래하고 국정 마비를 초래한 것은 윤석열이고, 내란 세력이 준동하는 상황에서는 국정이 안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최 권한대행의 향후 정치적 판단에 따라 한국의 대외신인도는 물론 금융·외환시장의 흐름도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최상목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수용하는 등 정국 안정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예상과 달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내년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정책 등을 종합해볼 때 중장기적으로 환율 최상단을 1600원선까지도 열어두는 모습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환율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것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서 내란 세력에 동조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빠르게 종식시켜야 할 과정을 장기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음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다수의 국가들을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면 중국은 위안화 평가 절하로 대응하면서 원화 약세는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원/달러 환율은 1600원선까지도 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