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장기화, 트럼프 2기의 집권. 내년에도 국내 배터리 업계 전망엔 어두운 일만 한 가득이다. 이에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 공급 확대로 요동치는 전기차 시장의 리스크를 대비할 방침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불확실성이 늘고 있는 북미 시장에 'ESS' 판매를 늘려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업계는 부정적인 전망만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차 캐즘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반전기차'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2기의 집권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45%로 초고속 성장을 해 왔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27%로 급격히 낮아졌다. 올해는 그 성장폭이 더 꺾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판매가 미진하자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도 감소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는 전기차 신차 출시 모델이 올해 대비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차에 배터리를 실어야 하는 배터리 업계 입장에선 악재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 1월 취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전기차 혜택을 폐지하거나 줄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의 크기는 더욱 작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ESS'를 돌파구로 선택했다. ESS는 초거대 배터리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대용량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에 필수적인 요소로 추후 수요가 꾸준히 중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실제로 전기차 시장이 캐즘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ESS 시장은 견고한 수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ESS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 늘어난 400억달러(약 55조15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나고 2035년엔 800억달러(약 110조3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에 국내 배터리 업계도 적극적으로 ESS용 제품 수주에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엔솔이다.
LG엔솔은 최근 미국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 공급 시작 예정이며 북미 현지에서 생산, 판매될 예정이다.
엔솔은 지난 10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GWh에 이르는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지난 6월 독일 뮌헨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차세대 배터리 'SBB1.5' 선보였다.
SBB1.5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혁신적으로 높인 배터리로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밀도가 37% 가량 향상돼 5.26MWh 용량을 구현했다. 대형 ESS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SK온도 ESS 배터리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ESS 모듈을 연결한 차세대 DC블록 모형을 공개했고 내년부터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해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망이 긍정적이진 않다. 무엇보다 지금 트럼프 정부 등 시장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전기차 수요도 성장이 많이 지체되는 것 같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ESS를 중심으로 미국시장 공략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