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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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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주(株)면 밸류업 수혜?…원조 일본에서 더이상 안 통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01 09:08
Money Matters Morningstar Tax Loss Selling

▲트레이더(사진=AP/연합)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의 원조인 일본에선 저평가 주식들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셈법이 바뀌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주환원에 충실한 주식들이 수혜를 입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론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업의 실질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2022년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자 투자자들은 가장 저평가된 주식들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PBR이 낮을 수록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주가가 부양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도쿄 거래소는 2023년부터 PBR 1배 미만인 상장기업에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선안을 제출하고 시행하도록 수차례 요구했고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을 폐지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블룸버그는 “기업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는 것 만으로도 상승 랠리를 촉발하기에 충분했다"고 짚었다.


투자자들의 이같은 전략 또한 당분간 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부터 1년 반 동안 저평가 하위 20% 주식들의 주가가 가장 크게 올랐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초 '엔 캐리 청산'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던 것을 계기로 밸류업 투자에 대한 역학 관계가 큰 변곡점을 맞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저평가 하위 20% 주식들의 주가 상승률은 하위 20~40% 주식을 밑돌았다.




이와 관련해 매슈스 인터내셔널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타케우치 슌타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퀄리티가 낮은 주식들은 무언가를 하겠다는 막연한 약속들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다"며 “이젠 이러한 단계는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밸류업 투자 2단계는 펀더멘털이 강하면서도 기업 자본 활용을 개선시켜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해리스 어소시에이츠의 데이비드 헤로 부회장 역시 “저PBR주가 그동안 아웃퍼폼(시장 평균 수익률 상회)했지만 이들 기업들이 하는 사업은 퀄리티가 낮다"며 “이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주가 아웃퍼폼을 정당화할 정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실제 토픽스 지수 상장사들의 PBR은 2023년 1.17을 기록하면서 2년 6개월만 최저치를 찍었지만 지난달까지 1.47로 올랐다. 특히 지난해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8.2조엔으로 2023년(8.9조엔) 수준을 두 배 넘게 웃돌았다.


그러나 이 기업들의 ROE는 9.3%로 수년간 횡보세를 이어왔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자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단순 PBR이 낮다는 이유로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란 의미다.


SMBC 닛코 증권의 이토 케이이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ROE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해야 한다는 다소 단순한 견해가 있다"며 “기업들은 자본지출을 늘리면서 핵심 사업을 강하화는 방향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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