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의 여파로 임기가 만료됐거나 조만간 만료되는 에너지공기업의 수장 인사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새 수장을 뽑으려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제동이 걸린 탓이다.
2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지난해 11월 신임 이사장 후보자 3인에 대한 면접을 마무리하고 인사 검증을 진행 중이었지만 현재는 선임 절차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 관계자는 “인사 과정이 언제 재개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기관장 임기 만료가 도래한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이사장 김제남), 한국에너지공단(이사장 이상훈)도 후임 사장 공모를 내지 않은 상태다.
이미 지난해 임기가 만료된 한국전력기술(사장 김성암), 한국전기안전공사(상임감사 권재홍) 등도 후임 인선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사장 공석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서울시 산하 기관이라 탄핵 정국 중에도 지난달 사장 선임 절차가 예정대로 마무리 돼 황보연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업계에서는 탄핵 정국과 혹여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조기대선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 기존 수장들이 계속해서 임기를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금 같은 시국에서 기관장들은 정책 수행보단 현상 유지에 치중하는 게 관례다. 또한 정권교체 가능성도 있는 만큼 공공기관들이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추진할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 심판이 마무리돼야 후임 인사 절차가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탄핵 심판의 결과에 따라 조기대선이 치뤄질 경우 정권이 교체된다면 이같은 상황에 놓인 수장들이 일제히 물러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은 지난해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과 맞추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마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두고 잡음이 반복되고, 공공기관장 사직을 강요했던 전직 장관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지난 정부나 현 정부에서도 이같은 잡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정국 혼란이 마무리 되는대로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공공기관 수장이 일제히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