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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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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은행들, ‘탄소중립 연합’ 줄탈퇴…기후위기 대응 빨간불 켜지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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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발전소(사진=AFP/연합)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월가의 주요 은행들이 탄소중립달성을 위한 글로벌 은행 연합체를 줄줄이 탈퇴하자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은행인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글로벌 은행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을 지난달 탈퇴했고 모건스탠리가 지난 2일 불참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탈퇴 이유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탄소중립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최대 의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NZBA는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설립된 '글래스고 금융 연합'(GFANZ) 중 하나로, 2050년까지 금융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다. 모건스탠리의 탈퇴로 현재 142개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NZBA에 가입한 한국 은행들은 총 7개다(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IBK기업은행, JB금융그룹).


그러나 미국 대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탈퇴 움직임이 거세지자 다른 은행들의 동참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이를 뒤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NZBA 사무총장인 사라 케밋도 더 많은 미국 은행들의 탈퇴에 대비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이렇듯 미 월가 주요 은행들이 탄소중립 협의체를 줄줄이 탈퇴하는 배경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변화가 사기'라고 주장하는 만큼 친환경 행보를 보였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텍사스를 비롯한 11개 공화당 주(州)가 자산운용사 블랙록, 뱅가드, 스테리트 스트리트 등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친환경 행보의 일환으로 석탄 생산업체들에게 생산량을 줄이도록 압박을 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내부 보고서를 통해 금융 기관의 기후 카르텔이 기업들의 탄소중립 약속을 요구하는 데 있어서 반경쟁적 담합을 했다는 상당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 하원 의원으로 선출된 라일리 무어(웨스트 버지니아)는 은행들의 NZBA 탈퇴 소식과 관련해 금융기업들이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는 반화석연료 ESG 정책들을 금지하고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FILE PHOTO: The skyline is seen in Manhattan, New York City

▲(사진=로이터/연합)

다만 월가 은행들의 잇따른 NZBA 탈퇴로 인한 영향은 불분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NZBA 가입 이후 은행들의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자금조달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결과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지난해 채권 및 대출 인수 등을 통해 화석연료 산업에 자금을 조달한 규모가 6800억달러로 나타났는데 이는 NZBA가 출범한 2021년 수준(6670억달러)을 웃돈다.


은행들이 화석연료 산업에 자금을 꾸준히 조달하는 배경엔 저탄소 경제가 아직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지속가능성 및 전환 전략 총괄은 “은행들은 단지 실물 경제를 반영할 뿐"이라며 “실물 경제가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이라면 은행들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질 피시 교수는 “은행들의 NZBA 가입은 기후대응에 의미있는 영향력 행사보단 선행하겠다는 신호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편 유럽계 대형은행들은 NZBA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측은 “NZBA를 떠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고 ING 그룹과 도이체방크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해 녹색채권을 가장 많이 인수한 대형은행은 BNP 파리바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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