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종사자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전면 시행된 가운데 최근 무안국제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에 따른 탑승자 179명 대형참사가 발생해 국내 산업현장 및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사고의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같은 대형재난 안전사고의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해 국내에서 공항 및 항공기 안전을 연구하고, 많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안전관리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수행해 온 산업안전융합연구소 이종현 소장으로부터 재난안전관리 해법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종현 연구소장과 일문일답이다.
-최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로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산업안전 전문가로서 이번 사고를 어떻게 보는지
▲사실 항공은 우리가 누리는 교통수단 중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난다. 그렇기에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필수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고는 항공기 자체의 기계 결함과 이를 운용하는 방식의 문제가 컸다는 게 제 생각이다. 특히, 사고 여객기의 경우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운행을 했다. 항공기가 시스템 오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단 얘기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 상 공항 일대 조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맞다. 비행기는 착륙할 때 가장 위험한데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대형 엔진에 조류가 빨려 들어가면서 사고가 난다. 인천국제공항도 새떼 출현이 빈번하고, 그나마 김포국제공항은 시내에서 가까워 좀 적은 편이다. 또한, 다른 공항들은 인근 군부대에서 수시로 철새를 쫓는 작업을 하는데 무안국제공항은 자체 인력만으로 조류퇴치 작업을 한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버드 스트라이크(Birds Strike:새떼와 충돌)'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항공 관련 안전 점검을 했던 경험이 있나
▲2023년 광주공항 내 공군1비행단 안전 점검을 담당했고, 활주로 내 이상물체 감지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을 위해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주한 '항공안전 객체 AI 빅데이터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공항 환경을 집중분석했다. 연구를 진행할 당시 활주로 내 이상객체 데이터를 모았었는데 당시에도 조류 출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둔덕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활주로 내 조명등을 설치하는데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게 견고하게 세워야하기 때문에 콘크리트를 쓴다. 국내 공항들은 글로벌 공항 안전 기준에 부합하고 매뉴얼대로 진행됐다. 다만, 무안공항의 경우 콘크리트 상판 아래까지 단단하게 콘크리트로 둔덕을 세웠는데, 사실 해외 일부 공항들은 전부 콘크리트를 치지 않고 중간에 그물망을 설치해 사고에 대비한다. 이번 사고에 철저한 분석과 함께 후속조치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최근 항공 안전 문제가 크게 부각되긴 했지만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전면시행으로 전 산업군에서 안전 관리에 관심이 높다
▲사업장 내 위험을 줄이려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보호 장치나 안전보호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최소한 안전관리 책임자를 지정하고, 그 직무와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해당 법이 소규모 사업장까지 지나치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5인 이상, 49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발생률이 가장 높고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법의 확대 적용 자체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적은 예산과 제한된 자원이 문제다. 다만, 정부가 위험성 평가를 장려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2년간 걸쳐 소기업 1000여 곳이 정부 지원으로 무료 컨설팅을 받았다.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더 안전한 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안전에 대한 인식 제고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안전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제는 소규모 사업장도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작 대학에서 안전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매년 51차시에 걸쳐 안전교육을 받는데 정작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대학 청년들은 교육을 받지 않는다. 대학 교육에 안전 교육을 필수로 넣어 청년들의 안전 인식 형성에 힘써야 한다.
■ Who's 이종현 연구소장
(현재) △국민안전교육관리사협회장 △학교안전관리사협회장 △교통안전클럽(사회적기업) 이사 △행정안전부 중앙안전교육점검단 위원 △산업인력관리공단 출제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