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LG 시그니처' 신제품을 공개하며 초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중국 업체들의 가성비 공세에 대응해 고급 가전 시장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초저소음 구현 식세기 등 눈길
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CES 2025에서 LG 시그니처존을 마련했다. LG 시그니처는 LG전자의 초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다.
LG 시그니처 제품군에는 냉장고, 식기세척기, 레인지 등이 포함됐다. 고품격 디자인과 인공지능(AI) 기술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는 AI 기반 식재료 관리 솔루션을 결합했다. AI가 내부 카메라로 냉장고에 들어오고 나가는 식품을 자동으로 인식하며, 연동된 LG 씽큐 푸드 앱을 통해 보관 목록과 위치까지 보여준다.
투명 올레드 디스플레이도 적용해 고객은 평상 시 표출되는 커버 스크린에 원하는 사진을 액자처럼 띄워놓거나 제공된 영상을 재생시킬 수도 있다.
'식기세척기'에는 '팝아웃 핸들' 기능이 적용됐다. 평소에는 외부로 돌출되는 부분이 없다가 사용자의 손이 가까이 다가오면 핸들이 자동으로 올라오는 구조다. 도서관에서 조용히 대화하는 수준의 초저소음을 구현한 점도 이목을 끈다.
'인덕션 더블 오븐 슬라이드인 레인지'에는 내부 카메라로 음식물을 인식해 메뉴를 추천해 주는 '고메AI' 기술이 적용됐다. 바게트와 크로와상, 머핀 등 베이커리 3종은 고객이 굽기 정도를 선택하면 AI가 요리의 상태를 파악하기도 한다.
전면에 달린 27인치 LCD 화면을 통해 조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한 '후드 겸용 전자레인지'도 LG 시그니처존에 자리했다. 고객이 시그니처 전자레인지와 오븐을 서로 연동하면, 인덕션 더블 오븐 슬라이드인 레인지의 조리 상황을 전자레인지의 디스플레이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무서운 존재" 中 따라올 수 없는 영역으로 반등 모색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글로벌 가전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중국 제조사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꼽힌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세계 가전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올 3분기까지 가전 매출은 약 26조원으로 메이디그룹(약 63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국 가전업체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열린 'IFA 2024'에서 중국 가전업체에 대해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초프리미엄 제품군 강화로 중국 업체의 공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 특성상 아직까지 고급 시장에서는 경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초프리미엄 가전의 경우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인 만큼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덜 받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 등으로 인해) 국내 가전업체가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초프리미엄 가전을 앞세워 고물가에 영향을 덜 받는 고소득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방법 등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