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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외국계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경제안보·노동안정에 악영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08 15:00

8일 국회서 사모펀드 문제점 긴급 토론회

사모펀드 관련 경영권 분쟁에 문제 제기

“국가기간산업 보호해야…국민연금 적극적 의결권 행사必”

학계 “적대적 M&A, 경제안보·노동안정 악영향…정책 개선해야

▲8일 국회에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 왼쪽부터)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병덕 의원,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강선우 의원, 김남근 의원. 사진=성우창 기자

“현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존재는 필수적이지만 일부 합리적이지 않은 행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속될 경우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기술 개발, 경영 혁신 등 사모펀드의 긍정적 문화들이 정착돼야 합니다."


사모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관련한 정책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상황에서, 국가기간산업 및 노동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8일 국회에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이학영 국회 부의장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 14명의 의원이 주최했다.


발제 및 토론자는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최성호 경기대 행정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조혜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 등이 맡았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이정환 교수는 “적대적 M&A란 대상기업 동의 없이 또는 경영진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뤄지는 기업 인수 및 합병"이라며 “외국계 자본이 적대적 M&A를 통해 국내 기업을 장악할 경우, 기술 유출 및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가 경제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국내 경제가 대규모로 성장했으며, 주요 금융기관인 은행은 위험자산 관리 등의 이유로 M&A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역시 위험에 빠진 기업을 인수해 기술 개발, 경영 혁신 등을 거쳐 건강한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적대적 M&A의 경우 필연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야기시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지목된다.


이 교수는 “사모펀드는 투자자에 대한 수익을 단기 회수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이에 따른 구조상 논란이 자주 발생한다"며 “장기적인 혁신과 성장보다는 단기 재무구조 개선이나 주가 부양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적대적 M&A가 시도될 경우가 문제다. 국가 경제와 안보에 필수적인 사업인 만큼 외국계 사모펀드가 해당 기업을 인수할 경우 국가 기밀 유출, 기술 이전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더불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구조조정이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쓰이는 만큼, 적대적 M&A 시에 노동 시장에 불안정성을 야기시킨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MBK파트너스의 경우 과거 홈플러스를 인수했을 당시 지점이 위치한 부동산을 다수 매각, 결국 다수 지점의 폐점으로 이어져 근로자 수가 크게 줄어든 전례가 있다.


이와 관련해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성호 교수는 “우선 우리 기업이 적대적 M&A에 대응할 수 있는 '포이즌 필(Poison Pill)'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적대적 M&A의 긍정적 측면은 살리고 부정적 측면은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이즌 필은 기업이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싸게 살 권리를 줘 인수 비용을 높이거나 지분 희석을 유도하는 방어 전략이다.


이어 최 교수는 “적대적 M&A에 대해 산업 경쟁력, 고용안정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 개입도 중요하다"며 “외국계 사모펀드의 국가기간산업 등 경제 안보 관련 부문 투자에 대해서도 정책 개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사모펀드에 의한 노동시장 불안정성에 대해서도 정책적 제언이 나왔다. 조혜진 변호사는 “회사법상 이사가 준수해야 할 신인의무 대상에 '고용과 노동조건'을 명시하고, 이해관계 조정 시 이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을 구체화하는 대안을 마련해 볼 수 있다"며 “외국자본 유치 시 제공하는 인센티브 조건에 고용·노동조건 안정을 추가하고, 법령으로 단순 이익 증대를 위한 정리해고를 제한하거나 구조조정 남용을 방지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기금, 그중에서도 국민연금이 국가기간산업 기업 주요 주주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미 캐나다, 호주, 프랑스, 노르웨이,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연기금이 국가 전략적 이익을 반영한 의결권 행사 사례가 나오는 중이다. 단 한국 국민연금의 경우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은 채 지분을 줄이는 등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최준선 교수는 “국가의 전략적 이익 및 안전보장 등과 관련이 있는 사안에서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국익을 지키는 것이 '공공성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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