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주목받아온 티빙이 위기에 직면했다. 흥행 콘텐츠로 무장한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의 성장세에 밀려 시장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25만명으로 전월(730만명) 대비 5만명 줄었다. 2위 자리는 유지했지만 2개월 연속 이용자 수가 감소하며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MAU는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사용자 규모를 나타낸다. 이는 OTT 서비스의 인기와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며, 통상 OTT 순위는 이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티빙의 이용자 수 정체 속에 쿠팡플레이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쿠팡플레이의 MAU는 709만명으로 전월(633만명)과 비교해 76만명 늘었다. 이로써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MAU 격차는 지난해 11월 97만명에서 12월 16만명으로 좁혀진 상태다.
국내 시장 1위 넷플릭스 추격도 요원해졌다. 지난달 넷플릭스는 전월 대비 139만명 증가한 1299만명의 MAU를 기록했다.
앞서 티빙은 지난해 8월 넷플릭스와의 MAU 격차를 역대 최소인 338만명까지 좁히며 선두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574만명으로 다시 벌어졌다.
티빙은 지난해 프로야구 중계를 무기 삼아 세력을 넓혔다. 국내 최대 인기 스포츠를 품고 다수의 야구팬을 플랫폼으로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이 진행되는 지난해 10월엔 토종 OTT 최초로 MAU 8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 1위 넷플릭스를 넘어 OTT 왕좌 자리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작년 10월 말 프로야구 시즌이 종료되며 티빙에 한파가 불어 닥쳤다. 프로야구의 빈자리를 메울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한 점이 이용자 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 사이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는 각각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 '가족계획'의 흥행으로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지난해 12월 26일 공개 직후 2주 연속으로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에 선정됐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 총 시청 시간은 4억1710만 시간으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글로벌 톱 10 시리즈 부문에서 영어·비영어 통합 1위를 기록했으며, 전체 서비스 국가 93개국 중 91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반영하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족계획 또한 흥행의 중심에 섰다.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상 역대 최고 시청량,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엄마가 가족들과 합심해 악당들과 대립하는 이야기를 담은 가족계획은 반전 스토리텔링, 백윤식·류승범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OTT 플랫폼의 이용자 수는 결국 '주목할 만한 콘텐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용자의 시선을 끌만한 콘텐츠를 지속 양산하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의 기대작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티빙이 2위 자리를 쿠팡플레이에 내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TV쇼(비영어) 부문에 진입한 '솔로지옥'의 4번째 이야기를 들고 이용자들을 찾는다. 쿠팡플레이도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오리지널 드라마 '뉴토피아'가 출격을 준비 중이다.
티빙은 '원경', '스터디그룹'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우고 있지만, 솔로지옥이나 뉴토피아 등과 비교해 화제성 측면에서는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