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021년 이후 4년여 만에 게임 시장 진출 문호를 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대륙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중국 게임사의 개발 역량이 한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옴에 따라 이전만큼 활로 찾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공존한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부(NPPA)는 지난달 총 13개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게임 서비스 허가증)를 승인했다. 이 중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님블뉴런 '이터널 리턴'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리버스'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네오위즈 '고양이와 스프' 등이 명단에 올랐다.
판호를 발급받은 국내 게임은 △2020년 1개 △2021년 2건 △2022년 8건 △2023년 9건 △2024년 11건 등으로 지속 증가세다.
판호를 발급받으면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하고, 현지화 작업 등을 거쳐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을 위한 내자판호와 현지 서비스를 원하는 해외 기업에 발급되는 외자판호로 구분된다. 지난해 발급한 외자판호는 총 1416개로, 2019년 1500개 이상을 발급한 이후 최대치다.
중국 게임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분류된다. 규제와 변수가 많아 진출이 어렵지만, 시장 안착에 성공할 경우 호실적을 기대할 수 있어 업계 핵심 공략지로 꼽힌다. 지난해 1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며 흥행을 이끌었던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이 대표 사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 규모는 3257억8300만위안(한화 64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용자 규모는 6억7400만명으로, 0.94% 늘었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지 퍼블리싱 업체 선정부터 베타테스트, 사전예약 등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에 따른 한류 콘텐츠 유입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현지 대표 퍼블리셔 텐센트와 함께 판호를 획득한 '리니지2M'·'블레이드 앤 소울 2'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특히 '블소2'의 경우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무협 게임인 데다 원작 '블소1'이 동시접속자 약 200만명을 기록한 바 있어 흥행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프트업도 자사 대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니케'를 텐센트와 함께 연내 중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사전예약 첫날인 지난 9일에만 19만명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분기 말 현지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며, 일평균 10억원 가량 벌어들일 것으로 본다"며 “텐센트의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사전 지표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 흥행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적잖다. 최근 원신·젠레스 존 제로·검은신화: 오공과 같은 글로벌 히트작들을 대거 배출하는 등 개발 수준이 높아진 탓이다. 특히 '오공'의 경우, 생생한 그래픽과 몰입감 있는 스토리 등을 인정받아 스팀 어워드에서 올해의 게임(GOTY) 등 3관왕을 달성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게임에 대한 기조를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게임을 소프트파워 강화산업으로 규정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함과 동시에 규제 강도를 일정 수준 완화했다. 이에 따라 중국 게임사들은 개발 인력 및 제작 도구에 대한 투자를 늘려 게임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현지 게임과의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한 노력과 함께 내부 규제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품질 향상·현지화 등 역량 강화를 통해 중국 게임사에 대항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중국 외에도 인도·유럽 등 글로벌 진출 범위를 넓히고 있고, 각 지역 특성에 따른 전략적 접근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