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예상과 달리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세계 최대급 IT 행사 CES에서 다시금 AI 테마 전망이 부각되며 국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일부 테마가 강세를 띠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도 2500선을 탈환했다. 반면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던 비트코인은 한숨 쉬어가는 모양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연초 이후 약 7거래일간 4.41% 오른 2515.78에 위치했다. 코스피는 작년 한 해 글로벌 증시가 활황을 누린 상황에서도 10% 가까이 내렸다. 하반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급기야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에는 2400선을 내준 2399.49포인트로 거래를 마감했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증시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면서도 단기간 내 반등할 가능성도 작게 보고 있었다.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있어도 끌어올릴 호재는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내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올해 출범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스탠스도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요 업종에 부정적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서며, 외인 투자자들의 이탈세도 끝없이 이어졌다.
국내 증시에 호의적인 시각을 가진 증권사들도 2025년을 '상저하고'를 예상, 코스피 하단을 2100~2300선으로 제시했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약세가 이어져 2300선도 무너질 가능성을 점쳤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새해 직후 예상과 달리 코스피가 반등한 것은 반도체 업종 덕분이었다. CES 2025 개최를 앞두고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도 돌아오고 있다. 이들은 새해 시작 후 7거래일간 코스피에서만 1조4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역시 SK하이닉스(9612억원)과 삼성전자(2374억원) 등이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코스피 반등은 경기 회복의 신호라기보다 일시적인 자율 반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번 반등의 배경은 코스피2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저점 수준에서 반등했다는 점과 주요 섹터의 밸류에이션이 회복된 점으로 설명된다"고 밝혔다.
반면 비트코인은 최근 한풀 기세가 꺾였다. 작년 12월 중순 10만6000달러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연말 무렵 10만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새해가 시작된 후 이달 6일 다시금 10만달러를 넘어서 전고점 돌파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내 다시 하락한 후 현재는 9만5000달러 내외에 거래되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조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미 작년 하반기 급상승기부터 줄곧 과매수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11월 친(親) 가상자산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당선되고, 차기 주요 내각에도 친 가상자산 인사들이 내정되며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까지 수개월 기간이 남은 만큼 매수 동력이 차츰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했던 비트코인 전략 자산화도 주요 금융계 인사가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 미국 경기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며 금리 인하 속도가 조절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한몫했다.
단 비트코인 전망은 여전히 밝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속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언급하고 있으며 공화당 내부에서도 다시 법제화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3월 트럼프 2기 정부가 정식 출범되는 대로 다시금 비트코인이 상승 물살을 탈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에 11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기적으로 금리 부담감이 이어지며 신고가 갱신이 지연될 수 있지만 상반기 비트코인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은 유효"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