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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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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중 ‘희토류戰’ 임박, 한국은 대비하고 있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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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기후에너지부 부장.

전 세계가, 특히 힘이 센 나라일 수록 이 광물을 확보하지 못해 안달이 났다. 바로 희토류이다.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란 주기율표 제 3A족인 스칸듐(Sc, 원자번호 21), 이트륨(Y, 39)과 원자번호 57 (란타늄)에서 71(루테튬)까지의 란탄계열 원소 15개를 더한 17개의 원소를 총칭한다.


희토류는 주로 첨단산업에 사용되는데 아주 적게만 사용해도 월등히 높은 성능효과를 얻을 수 있어 마법의 광물로도 불린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필수부품인 배터리와 모터에는 모두 희토류가 사용된다. 특히 모터의 핵심부품인 영구자석에는 희토류의 한 종류인 네오디뮴(Nd)이 사용되는데 일반 자석과는 확연한 성능 차이를 발휘한다.


네오디늄만 보더라도 현재 전기차 침투율이 채 20%가 안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양의 네오디늄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최근 희토류가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무력을 써서라도 자국으로 편입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혀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놨다. 그린란드는 러시아와 가깝고 많은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어 전략적 가치가 높지만, 트럼프가 진짜로 노리는 것은 많은 양의 희토류 매장량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나라별 희토류 매장량 순위를 보면 중국 4400만톤, 베트남 2200만톤, 브라질 2100만톤, 러시아 1000만톤, 인도 690만톤, 호주 570만톤, 미국 180만톤이며, 그 다음 8번째로 그린란드 150만톤이다. 전 세계 총 매장량은 총 1억1000만톤이다.


매장량만 보면 각 지역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미국이 그리 안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실제 생산량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3년 기준 나라별 생산량은 총 35만톤 가운데 중국이 24만톤으로 68.6%를 차지했고, 이어 미국 4만3000톤, 미얀마 3만8000톤, 호주 1만8000톤, 태국 7100톤, 인도 2900톤 등이다.


희토류 생산비중이 중국으로 쏠린 이유는 가공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황산이 사용되는데, 황산은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중국은 환경오염을 무릅쓰고 값싸고 고품질의 희토류를 대량으로 생산해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를 자원무기로까지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그린란드를 희토류 생산기지로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희토류 자원무기 파괴력은 엄청나다. 지난 2010년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를 두고 영토분쟁을 벌일 때, 중국이 꺼낸 회심의 카드가 희토류 수출 중단이었다. 이 카드를 꺼내자 일본은 곧바로 꼬리를 내렸고, 지금까지 그곳의 영토분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집권때처럼 중국과 또 다시 무역전쟁을 일으키려고 시동을 걸자 중국이 다시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중국 상무부는 미국에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과 무기에 사용되는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흑연, 초경질 소재(Superhard Material)의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종의 경고성 사격이다. 트럼프가 실제로 대중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중국이 내놓을 회심의 카드는 희토류 수출 중단이 될 게 뻔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희토류 전쟁은 두 나라를 최대 무역국가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


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3년 희토류(반제품 또는 완제품) 수입량 309만톤 가운데 중국 수입량은 193만톤으로 62.5%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희토류 전쟁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전혀 충분치 못한 상태다.


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3년 희토류(반제품 또는 완제품) 수입량 309만톤 가운데 중국 수입량은 193만톤으로 62.5%를 차지했다.


희토류 자체 생산량도 없다. 우리나라는 희토류 4개 광산에서 4700만톤의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모두 폐광 상태다. 광해광업공단이 희토류 해외 확보 목적으로 중국의 희토류 생산법인 지분을 갖고 있지만, 현재 이 법인은 사실상 폐업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희토류를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수급 위기 사태에 대비해 광해광업공단을 통해 비축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심각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자원무기화 동향을 꼼꼼히 체크하고 그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야 할 광해광업공단의 수장이 몇 달째 공석이다. 최종후보 3인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올라 간 만큼 신속히 임명이 이뤄져 대비책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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