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최근 민간 소비 부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경제 여건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올해 달라진 금융제도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자본시장 건전화, 금융사의 건전 경영 확립, 서민금융 지원으로 요약된다. 새롭게 바뀔 금융제도가 국민경제 측면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우선, 자본시장 건전화는 대체로 최근 부진에 빠진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한 주요 내용으로 공매도 제도개선, 불공정거래·불법 공매도 제재 수단 강화가 주목된다. 불공정거래 및 불법 공매도 위반 행위자에 대해 최대 5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불공정거래에 사용된 계좌에 대한 1년간 지급정지 조치는 비교적 적절해 보인다. 해당 조치는 각종 불법 투기행위 예방, 투기 세력으로부터 투자자 보호에 일정 기여할 전망이다. 단, 상황에 따라 제재 수위의 상향조정도 검토할 만하다. 하지만, 올해 3월 말부터 시행 예정인 공매도 재개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 무차입 공매도 예방시스템이 구축되었다는 자신감이 공매도 재개를 추진한 배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시 침체국면에서 공매도 재개는 국내 주식시장을 더욱더 단기적 투기시장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우려된다.
공매도의 순기능은 거품이 낀 주가 수준을 원래 내재가치 수준으로 낮추는 데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상장 종목 상당수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상황이다. 자칫 공매도가 국내 증시의 단기 차익실현 행태를 심화시키며, 외국인 투자자의 무자본 차익거래를 증가시킬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상장기업의 주주환원을 강화하여, 저평가된 주가를 견인하려는 이른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다음에 공매도 시행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증시 부진으로 상장기업의 증자, 기업공개가 올해로 연기되는 등 기업들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다. 공매도 재개로 인한 국내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꺾일 경우 상장사의 투자 및 고용 부진이 나타나 국민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으로 금융사의 건전 경영 확립은 주제 자체로 매우 시의적절하다. 구체적 방안으로 금융위원회는 책무구조도 시행, 은행 건전성 제고, 마이데이터 제도 확대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유독 은행 직원의 횡령, 배임 등 개인 일탈 측면의 금융사고가 많았다. 내부통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책무 구조도는 은행 내부 통제관리 의무 위반시 CEO 및 임원에게 신분 제재를 가하는 제도이다. 해당 조치는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경영진의 적극적 관심과 직원 교육 강화가 은행원의 일탈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영진에 대한 적극적 중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 저하는 저축률 감소와 손실 발생에 따른 은행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각각 중소기업 및 가계에 대한 금융지원 약화, 그리고, 예금보험료율 인상이란 사회적 금융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또한, 마이데이터 제도 활성화 조치는 내수진작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제도는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곳으로 개인정보를 이동시켜 자신의 통제권하에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제도이다. 금융사는 소비자의 데이터를 소비자 대상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공공 및 금융분야에서 제한적으로만 데이터 교류가 이루어져 정작 소비행태 분석을 통한 다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비행태에 부합한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 판매정보(매장 위치 및 할인행사 등 포함)를 마이데이터 서비스 업체가 소비자에게 적극 제공할 경우 소상공인의 매출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서민금융지원 측면에서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상향조정은 긍정적 변화일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저축률 감소로 인해 은행의 중개 기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는 국민경제에 크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욱이, 은행의 예금 유치를 위한 조달 비용 절감, 소비자 유치 경쟁 심화가 기대되며, 이로인해 금융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 확대 등 후생이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서민금융지원 측면에서 대단히 아쉬운 조치도 있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 조치가 그것이다. 이는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오히려 소상공인의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최근 카드사들이 지나치게 낮아진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비용 절감 목적으로 무이자 할부 서비스 혜택을 대거 축소하고 있다. 결국,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만드는 조치라고 판단된다.
민간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율 인하 조치는 오히려 내수진작을 저해하고, 중장기적으로 소상공인 폐업률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올해 경제 성장률에 가장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는 민간 소비 부진을 더욱 부추길 잘못된 정책방안이 바로 카드 수수료율 인하조치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기획재정부가 민간 소비를 늘리기 위해 영세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된 소비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소상공인 연합회에서 제안된 내용과 맥을 함께 하는 조치로서 민간 소비에 효과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달라진 금융제도 중에서 카드 수수료율 인하조치는 이러한 내수진작책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고 판단된다.